
에스모 머티리얼즈처럼 과거 CB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한 상장사들 중 자금 활용 출처가 불명확하게 기재됐던 곳들에서 정정공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자금조달 목적을 부실하게 기재한 곳들을 골라 기획 조사를 진행하고 정정공시를 하도록 한 결과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타법인 취득 목적으로 자금조달 공시를 내놓은 곳들 중 일부를 골라 테마 조사를 실시했다"며 "일부 기재가 미흡한 기업에 대해 자율정정 형식으로 정보를 수정할 것을 요청해 이번에 공시가 잇따랐다"고 했다.
에스모 머티리얼즈 외에도 방직기업인 에스마크 (43원 ▼38 -46.9%)도 2016년 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발행한 16차례의 CB 중 3건 82억여원 규모의 자금조달 목적에 대해 '운영자금'이라고 적었다가 이번 정정 공시를 통해서야 '타법인 취득용'이라고 밝혔다. 시스템 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포스링크 (1,230원 ▼30 -2.38%)는 지난해 2월과 11월에 각각 발행한 50억원, 200억원 규모의 CB가 자회사로 편입된 사모펀드 1곳 및 온라인 게임 아이템 전자상거래업체 취득에 활용하기 위해 발행됐다는 것을 최근 정정 공시를 통해서야 밝혔다.
이외에도 녹원씨엔아이 (5,770원 0.00%)는 지난해 10월 타법인 취득 용도로 쓰겠다며 6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바 있었으나 실제로는 육류 가공업과 태양광 발전업을 영위하는 파우니식품 지분매입에 35억원을 썼을 뿐 나머지 25억원은 회사의 원재자 구입비 등 운영비로 쓰였다고 밝혔다. 코스피 상장사로서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방식으로 제지업을 운영하는 컨버즈 (4,100원 0.00%)도 지난해 2월부터 6월에 걸쳐 발행된 137억여원 중 117억원을 '타법인 취득용'이라고만 기재했다가 최근 정정공시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페타바이, 의약품 연구개발 업체 바이오웨이 등의 지분 취득에 썼다고 밝혔다.
금감원 측은 이번 기획조사의 조사대상 및 진행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기업이 발행한 유가증권의 가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투자자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따져봐서 단순한 기재미흡 정도라고 판단될 때는 정정공시를 요청한다. 부실기재 등 내용이 중요하면 그 때 가서 (행정제재 등) 조치를 취한다"며 "이번에는 일부 표본을 택해 조사를 진행했을 뿐이지만 금감원 조사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상장사들도 조심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