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부실' 상장사…금감원 "정보수정" 경고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19.1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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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조사' 일환, 타법인 지분취득 관련 공시 내놓은 상장사 조사... 기재부실 기업 무더기 정정공시

금융감독원 / 사진=류승희 기자 grsh15@금융감독원 / 사진=류승희 기자 grsh15@


반도체 칩 부착용 플라스틱 판 등을 만드는 에스모 머티리얼즈 (120원 ▼70 -36.84%)는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3차례에 걸쳐 995억원 규모의 CB(전환사채)를 발행한다는 공시를 내놨다. 회사는 이 중 820억원을 "전기차와 자율주행 관련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타법인 주식을 취득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공시가 나온 지 1년여가 흐른 이달 초 에스모 머티리얼즈는 지난해 3건의 CB발행 공시를 정정해 내놨다. 실제 전기차 등 관련 부문에 투자된 금액은 올 7월 수소차 전지용 음극제 등 사업을 영위하는 엔엠티 지분 취득에 쓴 40억원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경영 컨설팅 사업을 하는 자회사에 대한 출자(70억원)나 펀드 투자(522억원) 등에 활용했다는 내용이었다.

에스모 머티리얼즈처럼 과거 CB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한 상장사들 중 자금 활용 출처가 불명확하게 기재됐던 곳들에서 정정공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자금조달 목적을 부실하게 기재한 곳들을 골라 기획 조사를 진행하고 정정공시를 하도록 한 결과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타법인 취득 목적으로 자금조달 공시를 내놓은 곳들 중 일부를 골라 테마 조사를 실시했다"며 "일부 기재가 미흡한 기업에 대해 자율정정 형식으로 정보를 수정할 것을 요청해 이번에 공시가 잇따랐다"고 했다.



유상증자는 물론이고 CB·BW의 발행은 기존 주주의 지분을 희석시켜 지분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기업이 외부조달 자금을 제대로 사용한다면 기업가치 상승으로 기존 주주들에게도 혜택을 향유할 수 있지만 자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으면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대부분 공시가 그렇지만 자본조달 관련 공시가 특히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에스모 머티리얼즈 외에도 방직기업인 에스마크 (43원 ▼38 -46.9%)도 2016년 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발행한 16차례의 CB 중 3건 82억여원 규모의 자금조달 목적에 대해 '운영자금'이라고 적었다가 이번 정정 공시를 통해서야 '타법인 취득용'이라고 밝혔다. 시스템 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포스링크 (1,212원 ▼2 -0.16%)는 지난해 2월과 11월에 각각 발행한 50억원, 200억원 규모의 CB가 자회사로 편입된 사모펀드 1곳 및 온라인 게임 아이템 전자상거래업체 취득에 활용하기 위해 발행됐다는 것을 최근 정정 공시를 통해서야 밝혔다.

이외에도 녹원씨엔아이 (5,770원 0.00%)는 지난해 10월 타법인 취득 용도로 쓰겠다며 6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바 있었으나 실제로는 육류 가공업과 태양광 발전업을 영위하는 파우니식품 지분매입에 35억원을 썼을 뿐 나머지 25억원은 회사의 원재자 구입비 등 운영비로 쓰였다고 밝혔다. 코스피 상장사로서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방식으로 제지업을 운영하는 컨버즈 (4,100원 0.00%)도 지난해 2월부터 6월에 걸쳐 발행된 137억여원 중 117억원을 '타법인 취득용'이라고만 기재했다가 최근 정정공시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페타바이, 의약품 연구개발 업체 바이오웨이 등의 지분 취득에 썼다고 밝혔다.


금감원 측은 이번 기획조사의 조사대상 및 진행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기업이 발행한 유가증권의 가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투자자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따져봐서 단순한 기재미흡 정도라고 판단될 때는 정정공시를 요청한다. 부실기재 등 내용이 중요하면 그 때 가서 (행정제재 등) 조치를 취한다"며 "이번에는 일부 표본을 택해 조사를 진행했을 뿐이지만 금감원 조사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상장사들도 조심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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