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HDC 품으로…본협상 '연내 완료'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변휘 기자 2019.11.1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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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금호산업 '유찰' 결정 어려워…금호 '구주가격↑' vs HDC '우발채무 찾기' 신경전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국내 2위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출범 31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떠나 HDC현대산업개발의 품에 안긴다. 본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매각 절차는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금호산업은 12일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2.5조 적어낸 HDC, '가격'으로 압승=금호산업 관계자는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 달성과 중장기 경쟁력 확보에 있어 가장 적합한 인수 후보자라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진행된 매각 본입찰엔 △HDC 컨소시엄 △애경(제주항공)-스톤브릿지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이 서류를 냈다. HDC 컨소시엄은 2조5000억원 가량을 써냈다. 1조7000억원대를 적어낸 것으로 알려진 제주항공-스톤브릿지 컨소시엄을 크게 앞선 가격이다.

금호산업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HDC 컨소시엄과 연내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완료할 예정이다. 다만 국내외 기업결합 신고 등을 해야 하는 관계로 최종적으로 매각이 종료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은 금호산업으로 유입된다"며 "유입 자금은 금호산업의 부채비율 하락으로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금호산업의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규 사업 등에도 투자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신주 가격이 2조원…못마땅한 금호산업=실제로 HDC 컨소시엄이 제시한 인수가 중 2조원 가까이는 신주에 할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매각은 인수자가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6868만8063주·구주)와 새로 발행하는 보통주(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구주 대금은 금호산업으로 가는 반면 신주 대금은 아시아나항공에 투입돼 경영정상화에 쓰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HDC 품으로…본협상 '연내 완료'
KDB산업은행(산은) 등 채권단에게는 좋은 조건이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에 영구채와 대출·지급보증 등 약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는데, 신주 발행으로 재무상태가 정상화되면 자금 회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자본금 2조원이 투입되면 지난 6월 말 660%에 달했던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277%까지 개선된다.

다만 금호산업으로서는 '건질 돈'이 적다. 최근 주가 기준으로 구주 가격이 3700억원 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거의 받지 못하는 셈이다.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대금을 그룹 재건의 종잣돈으로 삼아야 할 금호산업으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은 본협상에서 구주 가격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비싸게 받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펴고, HDC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실사를 통해 우발채무 가능성 등을 검토하는 등 가격을 낮추는데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

◇'유찰' 되면 채권단 손으로…가능성 낮아=양측의 이견으로 이번 거래가 유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금호산업이 유찰을 선택하기는 어려우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차 매각이 유찰되면, 2차 매각은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앞서 산은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자금을 수혈하면서 '주식 처분 대리권'을 명시한 특별약정을 맺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구주 가격 등을 이유로 매각을 무산시킬 가능성을 대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구주 가격 협상에 금호산업이 아예 나서지 못하게 된다. 금호산업으로선 이번 본협상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본협상에선 아시아나항공의 분리 매각 여부도 논의될 수 있다. 채권단은 사업 시너지와 매각 가치 극대화를 고려해 '통매각' 원칙을 고수해 왔지만, 시장에서는 에어서울·에어부산 등의 자회사를 떼어 내 팔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도 지난달 국감에서 "현재는 통매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분리매각도) 대안으로 고민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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