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사태 후 꺾인 투심… 바이오 IPO '푸대접'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9.11.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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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특례상장 바이오 공모 흥행 줄줄이 실패

신라젠 사태 후 꺾인 투심… 바이오 IPO '푸대접'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바이오에 대한 평가가 눈에 띄게 박해졌다. 업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공모 시장에서 냉혹한 성적표를 받기 일쑤다. 이 같은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공모 절차를 밟은 주요 바이오 기업이 잇따라 공모 흥행에 실패했다. 의약품 제조회사 녹십자웰빙 (9,900원 ▼280 -2.75%)을 제외한 바이오 기업 4곳은 희망공모가밴드 하단에 못 미친 가격으로 공모가를 결정할 정도로 투자 수요가 부진했다.



RNA(Ribonucleic acid) 치료제 개발 회사 올리패스 (500원 ▲3 +0.60%)는 지난 9월 2일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경쟁률은 11.07대 1로 낮았다. 희망공모가밴드(3만7000~4만5000원) 상단의 절반 수준도 안 되는 2만원에 공모가를 정했다. 이는 앞서 장외 시장에서 형성된 호가의 절반 정도 가격이다. 올리패스는 기술 바이오로 업계에서 비교적 경쟁력을 인정받는 기업이라 흥행 참패의 충격이 더욱 컸다.

올리패스에 이어 지난 10월 수요예측에 나선 라파스 (13,320원 ▼440 -3.20%)와 제테마 역시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지난 5~6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티움바이오 역시 경쟁률이 37.대 1에 그쳤다.



올리패스와 라파스, 제테마, 티움바이오는 모두 현재 적자 상태의 특례상장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올리패스와 라파스는 주관사 추천을 통한 성장성특례로, 제테마는 바이오 중 첫 번째 테슬라(이익미실현) 요건을 통한 코스닥 상장으로 주목받았다. 성장성특례와 테슬라 요건은 전문 평가 기관의 기술성평가를 거치지 않는다.

이달 수요예측에 나선 티움바이오는 기술특례 상장에 도전하고 있다. 성장성특례와 테슬라 요건과 달리 기술성평가를 거친데다 이미 기술수출 경험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는 지난 8월 신라젠 (4,445원 ▼65 -1.44%)의 임상 중단 권고 이전의 IPO 시장 분위기와 대비된다. 신라젠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미래 성장 가능성과 기대감을 앞세운 특례상장 바이오가 비교적 흥행 확률이 높았다.


결국 최근 IPO 시장 분위기는 미래 신약 개발 가능성을 앞세운 적자 구조의 특례상장 바이오에 높은 밸류에이션을 주기 힘들다는 기조로 해석할 수 있다. 코오롱티슈진, 신라젠 등 우리 증시에 연이어 불거진 '바이오 리스크'의 후유증인 셈이다.

시장에선 이 같은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메드팩토 등 대어급 신약 개발 바이오가 공모를 앞두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더욱 높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와 메드팩토는 희망공모가밴드 상단 기준 기업가치가 각각 5000억원, 4000억원 이상이다.

노브메타파마 (20,500원 ▲450 +2.24%), 천랩 등 시장에서 주목하는 바이오 기업의 경우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통과하고 공모 전략을 조율하고 있다. 시장 분위기 등을 고려해 공모 구조와 일정을 확정하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다소 반등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지만 아무래도 신라젠 사태 이후 신약 개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증시에서 바이오의 밸류에이션이 일부 조정된 현실도 공모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하지만 바이오가 미래 성장 산업으로 우리 증시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란 전망에는 변함이 없는 만큼 침체된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패스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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