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이제 50일…北美 '기회의 창' 열릴까 닫힐까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9.11.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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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北 '새로운 길' 압박에 美조야 '플랜B', 靑도 '컨틴전시' 언급..."연말까지 기회있다" 낙관론도

【서울=뉴시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군사분계선을 두고 북미 정상이 악수하고 있다. 2019.07.01.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군사분계선을 두고 북미 정상이 악수하고 있다. 2019.07.01. (사진=조선중앙TV 캡쳐) [email protected]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이 5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외교 실패에 대비한 '플랜B'에 대한 언급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스톡홀름 실무회담 결렬 이후 한 달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북미 대화 재개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이낙연 "실패 상정 옳지 않아"→정의용 "여러 컨틴전시 준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과 '3실장' 합동 기자간담회를 열어 "예단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여러 컨틴전시(비상상황)에 대비한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까지 북미가 접점찾기에 실패할 경우 한반도 정세가 악화하고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정 실장은 "연내 시한을 저희도 상당히 진지하게 본다"며 "미국이 매우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있으나 협상 재개 시점을 예단하지 못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외교적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미 협상과 관련해 '컨틴전시 플랜'을 공개 언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실무협상 직전인 지난 9월27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북미 협상이) 실패할 경우를 상정해 (플랜B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던 답변과는 결이 한참 다르다. '플랜B'에 대한 언급조차 꺼리던 분위기에서 비상계획 준비를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쪽으로 기류가 바뀐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날 청와대 관저에서 열린 여야 5당 대표와의 만찬에서 이례적으로 "북미 회담에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대화 실패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하자 공감을 표했다는 것이다. 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북미대화 실패에 대비해 남북관계가 작동할 수 있는 독자적인 룸(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도 제재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재개 입장을 발표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심 대표의 건의에 문 대통령이 적극 공감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2019.11.10.   dahora83@newsis.com【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2019.11.10. [email protected]
◇北 "연말 시한 넘기면 새로운 길"…美조야서도 '플랜B' 솔솔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한의 대미 메시지도 사실상 '연말 시한'과 '새로운 길'에 수렴하고 있다. 조철수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은 한미 당국자들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 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비확산회의(MNC)에서 "'기회의 창'은 매일 조금씩 닫혀가고 있다"며 "올해말까지 미국 측으로부터 어떤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연말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위협을 반복한 것이다.

미 의회 등 워싱턴 조야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에 '플랜B'를 검토하라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과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출연해 "연말 시한에 대비해 현재의 대북 정책을 살펴보고 '플랜B'를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VOA는 "북핵 외교 실패의 차후 선택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공화당 소속 일부 의원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협상 시한을 직접 제시한 만큼 연말을 넘기면 실제 '새로운 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내년 1월1일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시작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 재개 등 '레드라인'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부적으론 '자력갱생'을 이행을 독려하면서 대외적으론 중국과 러시아와 밀착을 강화하는 새로운 외교 노선으로 전환할 공산이 커 보인다.

미국이 대북 경제재제 강화와 군사적 압박으로 대응할 경우 한반도 시계가 극도의 긴장 상태이던 2017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 실장이 "2017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선 절대 안 된다"고 한 것도 이런 최악의 상황은 막겠다는 의지와 절박감으로 읽힌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미간 이견이 크지만 연말까지 한 번의 기회는 찾아올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여전히 살아 있다. 재선을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초 본격적인 대선 국면을 앞두고 최소한 대북 관계의 '현상 유지' 필요성이 크다. 김 위원장 역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을 목표로 하는 만큼 연말까지 어떤 식으로 대화의 기회를 찾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톡홀름=AP/뉴시스】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 김명길(가운데)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김명길 대사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이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돼 매우 불쾌하다”라며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실무진과 좋은 논의를 했다"면서 2주 이내에 북미 간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내용의 스웨덴 측 초청을 수락했으며 북측에도 이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2019.10.06.【스톡홀름=AP/뉴시스】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 김명길(가운데)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김명길 대사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이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돼 매우 불쾌하다”라며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실무진과 좋은 논의를 했다"면서 2주 이내에 북미 간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내용의 스웨덴 측 초청을 수락했으며 북측에도 이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201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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