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경찰, 쌍용차노조에 거액 손배소 제기 정당성 결여"

뉴스1 제공 2019.11.11 17:00
글자크기

"국가는 파업 당시 갈등 조정자 역할 안해"
"경찰이 손배소 강행하면 노동3권 위축"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과 가족들의 기자회견 모습. 2018.8.3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조합원들과 가족들의 기자회견 모습. 2018.8.3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경찰이 쌍용차노조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소송은 정당성이 상당히 결여됐다며 대법원에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11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실에서 제20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대법원에 "향후 국가의 인권 침해적인 공권력 행사의 재발을 막고 노동3권의 충실한 보장을 위해 정당방위 내지 정당행위 성립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하기로 의결했다.



쌍용차노조는 2009년 5월 사측의 정리해고 방침에 반발해 평택 쌍용자동차 생산공장을 약 77일간 점거하며 파업했다. 이후 노사간 입장이 좁혀지지 못하자 경찰은 진압작전을 벌였다.

경찰은 진압과정에서 인적·물적 피해를 봤다며 쌍용차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대법원의 판결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경찰이 2심 때 노조를 상대로 청구한 액수는 약 11억원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8월28일 경찰청 자체 기구인 '인권침해 사건진상 조사위원회'에서 쌍용차노조 진압과정에서 경찰의 위법하고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올해 7월 민갑룡 경찰청장이 쌍용차 진압을 포함해 경찰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사과하며 쌍용차 가압류 대상자를 해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쌍용차노조를 상대로 낸 손배소송을 취하하지는 않았다.

노조는 "2009년 이명박 정권은 발암물질 최루액 20만ℓ를 노동자들과 가족들의 머리 위에 쏟아부었다"고 주장했었다.


인권위는 이날(11일)"정리해고 조치에 대해 쌍용차는 불법적인 쟁의행위를 시도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응방안이 없었다"며 "많은 근로자들이 특별한 귀책사유 없이 생존권을 위협받았다"고 노조측에 무게를 실어줬다.

또 "국가는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할 헌법상 의무가 있음에도 (정리해고 사태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의무를 해태해 사태를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찰은 진압과정 당시 위법한 강제진압을 자행해 인권을 침해하고 사태를 악화했다"며 "그럼에도 가압류를 수반한 거액의 손배소송을 제기하는 행위는 정당성이 상당히 결여됐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조의 파업으로 경찰이 손배소를 강행해 배상을 받는다면 노동3권이 위축된다는 의견이다.

인권위는 "불법행위와는 별개로 쟁의행위에 대해 민사소송이 증가되면 이는 근로자의 자살과 가족공동체의 붕괴, 노조의 와해 및 축소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봤다.

김득중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은 인권위 결정 이후 "늦게라도 인권위가 국민의 기본권과 노동자들 입장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에 환영하는 말씀을 드린다"며 "인권위의 결정이 현재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청이 쌍용노동자들에게 청구한 10년 간의 국가 손배소송의 수갑을 이제라도 철회해달라"며 "가족들이 온전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