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日과 RCEP 상품양허, 민감품목 최대한 보호"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19.11.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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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서 인도 빠져도 세계 GDP 30% 최대 FTA… 자동차 232조 최종 결과 예단할 수 없어"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0.24./사진=뉴시스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해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0.24./사진=뉴시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관련 일본과 양허 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 민감 부분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 양허안을 교환했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민감성을 최대한 보호하면서도 시장을 하나로 통합하는 RCEP 정신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적정 수준에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 최초로 시장 연다…국내 제조업 피해?
인도를 제외한 RCEP 참여 15개국은 지난 4일 협정문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시장개방 등 잔여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해 내년 초 협상을 최종 타결하고 서명하는 게 목표다. 한국으로선 일본과의 양자 협상이 최대 현안이다. 한국은 RCEP 참여국 중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와 FTA를 맺은 상태다. RCEP이 최종 타결되면 한일이 처음으로 상호 시장을 개방하게 되는데, 이 경우 자동차·기계 등 일본 기업들이 경쟁력 우위에 있는 제조업 분야 피해가 우려된다.



유 본부장은 구체적인 양허 수준과 관련해 "아직 끝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상세히 알려드릴 순 없다"면서도 "우리 산업에서 민감하다고 얘기하는 부분은 최대한 반영하면서 협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과 RCEP에서 처음으로 (서로) 시장을 개방했는데, 한일 양자 측면보다는 RCEP 전체 시장을 하나로 묶어 쓰는 전체적 교역·투자 측면에서 규범을 통일하고 교역을 확대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4일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 기념촬영 전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1.5/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4일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 기념촬영 전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1.5/사진=뉴스1
"RCEP, 인도 빠져도 세계 GDP 1/3 메가 FTA"
유 본부장은 RCEP 시장 개방율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보다는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RCEP에는 CPPP보다 발전단계가 다양한 국가가 들어가 있다"며 "가장 젊고 역동적인 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개방율이 높은 어느 국가보다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RCEP 협상 타결로 국내 농산물에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쌀은 개방 대상에 들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인도가 협정문 타결에서 빠진 데 대해 "각국이 인도의 우려 사안을 이해하기에 아직 문이 열려 있고 양자·다자 노력을 계속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도가 빠져도 RCEP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메가 FTA"라고 강조했다.

중국 주도의 RCEP 가입이 대미 통상 외교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엔 "RCEP은 중국이 아니라 아세안 중심으로 추진하는 협정이고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이 모두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에서 규범을 통일하자는 것인 만큼 미국과 통상관계에 있어서 우려하는 부분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일축했다.

CPTPP 가입 문제와 관련해선 "관계부처, 업계와 협의하면서 비공식 논의를 하고 있고, 관련 국가와 논의해 검토하려 한다"고 했다.

유명희 "日과 RCEP 상품양허, 민감품목 최대한 보호"
日 수출규제 2차 양자협의…요구사항은 "원상회복"
유 본부장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선 "양국이 어떤 돌파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앞으로 협의 등을 봐야 한다"며 "오는 19일 양자협의에서 조속한 합의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해본 후 결과를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본 수출제한조치 WTO(세계무역기구) 분쟁 관련 2차 양자협의를 개최한다.

2차 협의 이후 WTO에 본격적인 재판 절차인 패널 설치를 요청할 가능성에 대해선 "추가로 논의할 내용이 나올지 협의를 해봐야 알 거 같다"며 "지금으로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분쟁 해결의 전제는 일본 측 조치의 '원상회복'이라는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동차 232조 결정 임박…"美도 긍정 평가, 결과 예단은 못해"
 2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자동차와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19.8.27/사진=뉴스1 2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자동차와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19.8.27/사진=뉴스1
유 본부장은 미국의 '자동차 232조'에 따른 관세 부과 조치 대상에 한국이 포함될지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인 예측을 피했다. 그는 "미 측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과 양국 간 호혜적 교역투자 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최종적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달려있는 만큼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방미 당시 분위기는 나쁘지만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유 본부장은 미 워싱턴 D.C.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만나 관세 부과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유 본부장은 "한국이 개정협상을 이행하고 있다는 점과 한미간 상호 교역투자가 호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게 미국 각계각층에 설명해 왔다"며 "(미 측도) 이해하고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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