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솥밥 먹던 사이였는데"…경쟁자로 만난 김택진 사단

정보미디어과학부 이진욱 기자 2019.11.1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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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조각사 V4 이어 리니지2M 출시 임박…엔씨 출신끼리 모바일 MMORPG 3파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사진=엔씨소프트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사진=엔씨소프트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한때 같은 꿈을 꾸고, 성공의 순간도 함께했다. 그러나 이제 서로를 무너뜨려야 하는 사이가 됐다. 얄궂은 운명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얘기다.



김 대표는 과거 엔씨소프트에서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 혈투를 앞두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대작 '리니지2M'이 27일 출시되면 하반기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3파전의 퍼즐은 맞춰진다. 흥미롭게도 3종의 게임 모두 핵심 개발자와 경영진이 모두 ‘리니지’와 맞물려 있다.

◇리니지의 아버지 송재경…'달빛조각사'로 모바일 MMORPG 첫 발=리니지의 먼저 불을 지핀 쪽은 '달빛조각사'를 선보인 송 대표. 그는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를 만든 대표적인 개발자다. 이전엔 넥슨에서 ‘바람의나라’ 개발에도 참여한 바 있다. 그는 ‘달빛조각사’를 통해 처음으로 모바일 MMORPG에 발을 디뎠다. '달빛조각사' 개발에는 리니지 초기 개발에 관여했던 엔씨소프트 출신의 김민수 이사도 함께 했다. 이런 배경으로 '달빛조각사'는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엑스엘게임즈가 개발, 카카오게임즈가 지난달 출시한 '달빛조각사'는 게임 판타지 소설 열풍을 일으킨 원작 '달빛조각사'를 최초로 활용한 게임이다. 사전 예약에 320만명이 몰린 만큼, 출시 하루 만에 애플 앱스토어 및 구글 플레이 양대 마켓 인기 게임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4위를 기록했다. 하반기에 출시했음에도 한 해를 결산하는 '2019 한국게임대상' 최종심사에 오르기도 했다.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사진=카카오게임즈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사진=카카오게임즈
◇리니지2 주역 박용현…'V4' 내세워 차트 상위권 점령=이어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2' 프로그램 팀장이었던 박 대표가 ‘V4’를 출시하며 바통을 이었다. 그는 2007년 엔씨를 떠나 크래프톤(구 블루홀)에서 PC 게임 테라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후 2015년 넷게임즈를 설립해 모바일 게임 '히트'와 '오버히트'를 출시해 성공시켰다. 이후 차기작이 'V4'다. 넷게임즈는 넥슨의 자회사로, 'V4' 서비스는 넥슨이 맡고 있다. 7일 출시한 'V4'는 달빛조각사의 매출 순위를 끌어내렸다. 'V4'는 출시하자마자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3위에 올랐다. 이어 9일 애플 앱스토어 최고매출 1위, 구글플레이 2위에 오르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양대 앱마켓 인기 1위는 출시와 동시에 달성했다.

김 대표는 옛 동료들과의 정면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M'을 앞세워 하반기 모바일 게임 시장 평정에 나선다. ‘리니지2M’은 김 대표가 직접 개발 상황을 챙기며 공 들인 작품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몇 년 동안 기술적으로 따라올 수 없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며 '리니지2M'의 성공을 확신한다. 그만큼 '리니지2M'은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기술과 게임 개발력의 총집약체로 평가 받는다. 이를 증명하듯 리니지2M에는 사전예약 700만명이 몰렸다. 약 29개월 간 매출 1위 자리를 지키는 전작 ‘리니지M’의 성과를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상반기 국산 MMORPG 시장이 침체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리니지 동지들의 경쟁은 긍정적이다. 업계엔 이들 대작들이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대작 게임이 출시하면 신규 사용자 유입이 발생해 게임에 대한 무관심을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 게임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 리니지의 주역들이 만든 신작이어서 시장 내 신뢰가 높다"라며 "3종의 게임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모바일 게임 시장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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