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 현장./사진 제공=한국항공협회
"일본 사태가 지나간다고 해서 어려움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우기홍 대한항공 (20,250원 ▼300 -1.46%) 대표이사 부사장)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는 지난 7월 일본 상품 불매가 시작된 이후 '돈 되는' 일본노선 여객 수가 대폭 줄어들고 공급 과잉으로 실적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업계 스스로 전환과 혁신을 모색하고 정부가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토론회에는 허 교수, 장호상 한국공항공사 본부장, 김병재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등 전문가들과 우 대표, 이석주 제주항공 (10,740원 ▼250 -2.27%) 대표, 최정호 진에어 (13,280원 ▼150 -1.12%) 대표 등 국적 항공사 임원들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전문가들은 국내 항공시장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며 전략적 장단기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도 "일본 수출규제 영향으로 국적 항공사들의 매출 피해가 최소 78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제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해운산업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번 위기상황을 계기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정부의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항공업계는 올해 2분기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성수기인 3분기에도 '일본 여행 보이콧' 영향으로 실적 개선이 여의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8일 가장 먼저 3분기 실적 발표를 한 LCC(저비용항공사) 티웨이항공은 102억원의 적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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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대표는 특히 소비자 위주의 항공정책으로 경영이 쉽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규제와 절차가 (경영을)쉽지 않게 하고, 아시아나항공 사태 역시 그런 이유로 나타난 것 같다"며 "마일리지 정책, 운임제도 등의 정책에서 항공사와 소비자 간 균형을 생각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태엽 아시아나항공 상무 역시 "국적 항공사는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경쟁 중"이라며 "세계 각국 정부는 항공사 지원을 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규제와 세금'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업계는 이날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이 부과하지 않는 항공기 취득세·재산세 면제 △항공기 부품 교역 자유화 △동계시즌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확대 △지방공항의 국제선 활성화 △항공기 운용 리스사 설립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