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들어 주말 밤 풍경은 조금 달라졌다. 검찰청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지만(물론 '조국 수사'라는 굵직한 이슈가 있다), 법원은 당직실만 빼고 나머지는 꺼져 있을 때가 잦다. 판사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가져온 '낯선 풍경'이다.
얼마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전관(前官) A씨도 최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며칠 전 볼일이 있어 주말 밤에 서초동 사무실에 들렸는데, 법원 불이 거의 꺼져 있었다는 것.
판사 1인당 맡는 사건의 건수가 많아진 이유도 있다. 1인당 연간 609건(2014년 기준)의 사건을 맡아 시간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워라벨까지 겹치면서 실제로 법원의 사건처리 기간은 길어지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형사사건 1심 단독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13년 100.4일에서 2018년 125일로, 민사 1심 단독 평균 처리 기간은 같은 기간 158.5일에서 204.3로 껑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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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구성되면 판사들이 한주에 판결문을 몇개 쓸껀지, 주심판사 1명당 몇개 쓸껀지, 점심은 언제 같이 먹을지, 저녁은 각자 먹자든지를 결정하는 '룰 미팅'부터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 52시간 근무 추세에 맞춰 법관들도 과도한 업무량을 피하고 싶어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건처리 기간이 길어지면 사건을 꼼꼼히 더 본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 당사자들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변화하는 법관들의 인식까지 보태지면서 또 다른 서초동 밤풍경이 연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