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타다·혁신' 질문에 소개한 세계적 경제학 원서는

머니투데이 이원광, 김성휘 기자 2019.11.1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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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자본가로부터 자본주의 구하는 건 혁신가"…靑 간담회 이모저모

노영민(왼쪽부터)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노영민(왼쪽부터)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Saving Capitalism from the Capitalist by the Innovators.”(혁신가들이여, 자본가로부터 자본주의를 구하라.)-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청와대 3실장’으로부터 문재인 정부 전반기 성과와 한계, 후반기 계획을 듣기 위해 모인 기자들에게 세계적 경제 저서가 소개됐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른바 ‘타다’ 논란으로 대표되는 혁신 산업과 기존 산업 간 갈등에 대한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히면서다.



김 실장은 10일 오후 3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라구람 라잔이 저술한 책 제목 ‘Saving Capitalism from the Capitalist’(자본가로부터 자본주의 구하기)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by the Innovators(혁신가들에 의해)"라는 말을 더했다. 혁신 산업이 기성 자본가 중심의 침체된 자본주의에서 새로운 동력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포용사회를 위한 혁신 사업가의 책임도 당부했다. 혁신 산업이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깨는 효과가 있으나, 혁신에 소외된 취약계층에 충격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실장 발언은 승차 호출 서비스업체 ‘타다’와 무관하지 않다. ‘타다’는 승차공유 플랫폼 기술과 원활한 배차, 쾌적한 실내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로 신사업 모델로 주목 받았으나, 기존 택시업계와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김 실장은 “혁신 결과에 대한 권리도 혁신사업가에게 보장해줘야 하겠지만 혁신가들이 이로부터 얻는 이익을 우리 사회 전체와, 특히 그 혁신에 의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취약한 분야에 계신 분들과 나누는 마음을 가질 때 (해당 문장이)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것을 위해 정부가 노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혁신성장에 대한 변함 없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실장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날 IPTV(인터넷TV) 업체인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각각 유선방송사업자(SO) 티브로드, CJ헬로와 합치는 M&A(인수·합병)를 조건부 승인한 것을 주목했다.


김 실장이 공정위원장 시절에도 이슈가 된 사안이다. 그는 “단순히 방송통신 시장 뿐 아니라 향후 경제 정책 방향성에 대해 중요한 신호를 보낸 일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정확하게 현실을 분석하고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면서 정말로 더 이상 시간을 늦추지 않는 필요한 때가 됐다고 하면 늦추지 않고 필요한 결정을 내리는 그런 책임지는 모습을 문재인 정부가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김상조 정책실장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2019.11.10.   dahora83@newsis.com【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김상조 정책실장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2019.11.10. [email protected]
'엄근진' 노영민·정의용도 웃게 한 김상조의 별명은?

"제 별명이 ‘다만’입니다. 다만…"

김 실장이 자신에게 별명이 있다고 언급하자 그 전까지 다소 굳은 표정이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환하게 웃었다. 김 실장은 '타다' 기소 등 혁신 관련 논란에 "갈등 관리를 이유로 마냥 결정을 늦추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해관계자가 걸린 기득권의 문제에서 우리 사회 가장 어려운 취약 계층과 가장 강고한 기득권 이해관계자는 달리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강한 기득권은 개혁할 수도 있지만 취약계층의 경우 한 방향으로만 밀고가기 어렵다고 토로한 것이다.
3실장이 함께 기자간담회를 연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다. 오후 3시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 들어선 세 실장은 전반기 총평과 소회를 말했다. 이어 연단 앞에 책상 3개를 놓고 앉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했다. 15개의 질문 중 노 실장에게 8개, 정 실장에게 4개, 김 실장에게 3개가 나왔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강기정(왼쪽부터)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국가안보실 김유근 1차장, 김현종 2차장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열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기자간담회에 배석해 있다. 2019.11.10.   dahora83@newsis.com【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강기정(왼쪽부터)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국가안보실 김유근 1차장, 김현종 2차장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열린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기자간담회에 배석해 있다. 2019.11.10. [email protected]
노영민 '오늘은 부드럽게'-김상조 '언변'-정의용 '신중'
3인3색, 세 실장의 각기다른 특색이 드러났다. 노영민 실장은 국회 답변시 '원칙론'으로 무장한 것과 달리 이날은 부드러운 면모를 보였다.

노 실장은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것'을 "언뜻 생각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던 데에는 "머리에 몇 개 떠올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인 정치적 행위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해를 살 줄 몰랐다"고 말했다. 김상조 실장은 '달변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정의용 실장은 한일 지소미아(GSOMIA 군사정보보호협정), 북미 대화 등 민감한 안보현안에 대해 비교적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한 마디 한 마디를 신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최근 북한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 관련 국회 답변이 정보당국의 그것과 다르다는 혼선 등 안보 이슈가 극히 민감하다는 점을 의식한 듯했다.

노영민 실장은 지난 1월, 김상조 실장은 지난 6월 각각 임명됐다. 정의용 실장은 문재인정부 첫 안보실장으로, 문 대통령과 함께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간담회에는 강기정 정무수석,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국가안보실 김유근 1차장과 김현종 2차장, 이호승 경제수석, 황덕순 일자리수석, 김연명 사회수석 등이 배석했다. 노 실장이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상황을 설명할 때, 강기정 수석의 표정이 다소 굳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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