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시대, 잘 노는 법부터 가르쳐라"(종합)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오세중 기자, 조해람 기자 2019.11.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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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미래다]2019 서울어린이놀이터 국제심포지엄..."놀이, 더 이상 '잊혀진 아동의 권리'가 되지 않아야"

4차혁명 시대를 맞아 아이들의 창의성 고취 차원에서 도심 속 다양한 놀이터조성을 위한 '2019 서울어린이 놀이터 국제심포지엄'이 지난 8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렸다./사진=조해람 기자4차혁명 시대를 맞아 아이들의 창의성 고취 차원에서 도심 속 다양한 놀이터조성을 위한 '2019 서울어린이 놀이터 국제심포지엄'이 지난 8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렸다./사진=조해람 기자


"서울광장이나 광화문광장 어딘가에 놀이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아이들의 창의성 고취를 위해 도심 속 다양한 놀이터 조성이 필요하다며 지난 8일 마련된 '2019 서울어린이 놀이터 국제심포지엄'에서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던진 말이다.

진 부시장은 "4차산업혁명이 도래해 일자리 반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결국 살아남는 일자리는 창의적·창조적 일자리다"면서 "우리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을 어떻게 키워나가고 함께하느냐가 화두인데 이제는 주체성을 가지고 놀고 싶은 것으로 놀면서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마당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놀이는 아이들 본연의 권리인데도 불구하고 오늘날 어린이들이 마음대로 놀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미흡하고, 놀이터 공장에서 찍어낸 시설놀이로 만들어 놨다"면서 "이런(과거 시설놀이터) 것을 탈피해 창의적이고 자연과 접하며 주체성을 갖는 공간 만들자는 것이 서울시가 추구하는 정책"이라고 밝혔다.

'2019 서울어린이 놀이터 국제심포지엄'에서 진희선 서울시 2부시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오세중 기자'2019 서울어린이 놀이터 국제심포지엄'에서 진희선 서울시 2부시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오세중 기자


'놀고 싶은 서울, 놀이터의 다양성을 말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캐나다, 덴마크, 영국, 싱가포르 등 국내외 민·관·학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놀이와 놀이터 전문가들이 4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각국의 사례를 공유했다.

전문가들은 놀이공간을 어떻게 변모시킬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비롯해 놀이공간 조성 후 아이들에 생기는 변화까지 다루며 창의적인 놀이터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놀이는 아동의 권리"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김명순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 겸 어린이생활지도연구원 원장은 "우리 사회가 좀 더 행복한 아동기를 보장해 주기 위해, 놀이가 더 이상 '잊혀진 아동의 권리'가 되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여러 놀이 특성은 인간이 더 인간다워지는 독특성을 나타내는 행동들로 '자발성, 주도성, 즐거움, 비현실성, 상상, 반복성, 무목적성, 몰두, 융통성, 도전과 모험' 등이 나타나는 행위"라면서 "우리 사회가 원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은 문서상으로 '놀이를 잘하는, 놀이성 높은 아이들의 특성'과 닮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바람직한 인간상과 놀이성 높은 아이들의 특성이 이렇게 유사한데도 놀이를 보장해주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놀이 학자들이 아동들에게 놀이 기회를 제한하거나 박탈하는 상황이 될 때, 신경학적 문제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며 "놀이를 박탈하는 것은 우울증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가와 같은 부정적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판박이 놀이터'는 안돼!
놀이공간의 중요성은 강조되지만 실제 어떤 놀이터를 만들어야 할까는 다른 문제다.

에릭 스태드닉 캐나다 토론토 공원, 삼림 및 레크레이션부 프로젝트 매니저는 "놀이터를 조성할 때 놀이기구전문업체의 놀이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를 반영해 맞춤형 디자인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태드닉 매니저는 "놀이기구는 더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부모들의 걱정과 달리 모험적인 놀이가 훨씬 인기를 끌고 있고, 놀이기구로 인한 문제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토론토시는 벤트웨이 고가고속도로 하부 1.75km 공간에 선형 공원을 설치했다. 벤트웨이파크로 불리는 이 공간에는 스케이트 트레일, 스케이트보딩 시설, 공공미술, 특별전시를 위한 공간, 음악공연이 가능한 극장, 공연장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준 차오 탄 싱가포르 국립공원국 디렉터도 싱가포르의 '자연놀이정원'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탄 디렉터는 "놀이 특징 공간들은 아이들이 어떠한 제약 없이 자연과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시야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는 탁 트인 경관, 놀이 중간에 숨거나 도망갈 수 있는 공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한 요소 등 여러 감각적 요소들이 숨겨져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런 놀이 정원은 창의적인 놀이를 주도하고, 의사 결정 능력과 모험심 및 탐구심을 길러줄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전반적인 정신적·신체적 건강 증진, 자존감과 창의적 표현력 확대 등을 모두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놀이공간이 가져온 놀라운 힘
마틴 킹 시어드 영국 플레이웨일스 인력개발담당자는 ""플레이워커는 아이들의 의견을 듣고 아이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자존감을 강화시켜 주고 독립성을 키워주며 아이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도와주고 곁에서 응원하는 역할을 맡는다"며 아이들 놀이를 지도하고 놀이계획을 수립하는 '플레이워커'라는 직업을 소개했다. 천편일률적인 놀이형태를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잘' 노는 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애나 하셀 덴마크 문화스포츠 시설재단 건축가는 덴마크의 운동장 혁신사업 '학교 운동장 활성화하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사진=조해람 기자애나 하셀 덴마크 문화스포츠 시설재단 건축가는 덴마크의 운동장 혁신사업 '학교 운동장 활성화하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사진=조해람 기자
놀이공간이 새롭게 생기면서 발생하는 학생들의 긍정적 변화도 주목할만하다.

애나 하셀 덴마크 문화스포츠 시설재단 건축가는 덴마크의 운동장 혁신사업 '학교 운동장 활성화하기'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아이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학교 운동장을 혁신하면 학생들의 야외활동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다양성을 고려해 '공놀이' 중심의 운동장을 탈피한 결과, 학생들의 일과 중 활동시간이 평균 10분 증가하고, 활동량이 가장 적은 학생 그룹의 야외활동 시간도 12분 증가했다고 하셀 건축가는 설명했다.

조윤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도 희망샘학교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학교는 학교부적응, 가출 등으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아동들이 생활하는 아동보호치료 시설이다. 놀이를 할 수 있는 분위기도 환경도 조성돼 있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다양한 스포츠와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 후 아이들에게 변화가 생겼다.

한 학생은 "문제행동을 한 우리들을 위해서도 많은 분들이 힘을 모아줘 고마웠고, '시시하다' 생각했던 놀이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달았다"며 "사회에 나가서는 놀이문화를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아동의 놀 권리가 보다 잘 지켜지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확실한 방향 설정과 변화의 동력이 되는 예산 배분 그리고 정책을 이행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수적"이라며 "아동이 자발적인 놀이, 오락, 창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창출하고 이런 활동을 지원하고 장려하는 사회적 태도를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놀이공간이 만들어지는 시작부터 끝까지 아동을 중심에 두고 세밀하게 기획, 설계, 운영돼야 한다"며 아이들 의견이 반영된 새로운 놀이공간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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