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인허가·수익부진 이중고…전력시장, 말로만 민간개방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9.11.1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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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제자리걸음, 전력산업 구조 개편]

편집자주 한국전력이 지난해 6년 만에 적자를 내고 올해 상반기에도 1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보자 그 원인을 둘러싸고 정치·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탈(脫)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국제 연료값 인상 등을 여러 요인을 놓고 공방이 치열하다. 하지만 독점적 전력시장이라는 구조를 빼놓고 적자사태의 원인을 생각할 수 없다. 우리 전력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전력산업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MT리포트]인허가·수익부진 이중고…전력시장, 말로만 민간개방


포스코에너지가 포스파워 삼척 발전소를 바라보는 감정은 복잡하다. 포스코에너지가 2014년 동양파워로부터 4311억원에 사업권을 인수했지만 환경영향평가 등 인허가 과정이 기약없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포스파워 발전소는 폐광부지여서 산림훼손이나 바다 매립등이 필요 없다. 변전소까지 송전선로 길이도 상대적으로 짧다. 발전소 부지로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에 진행된 사업이었지만 삼척시의 해안사용 불허 등 인허가의 허들을 넘지 못해 상당 기간 사업이 표류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착공률 10% 미만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침을 정하면서 원안인 석탄화력발전소가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로 변경될 뻔 한 상황도 겪었다.

고성그린파워(남동발전·SK건설·SK가스·KDB인프라)와 강릉에코파워(남동발전·삼성물산) 등도 과정에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사정은 같다. 각종 인허가에 발목을 잡혀 사업 기일이 기약 없이 늘어지다가 겨우 건설에 들어갔다. 여전히 정부와 입장 조율이 진행 중인 사안도 많다.



전력산업의 구원투수 대접을 받았던 민간발전사들이지만 정부의 규제와 수익부진의 이중고를 맞고 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전력시장의 비합리성과 폐쇄성을 극복하지 않고는 민간발전사업에 비전이 없다"며 "이에 대한 혁신이야말로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 성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력신산업 육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민간업체가 도소매 시장에 진입해 경쟁할 수 있는 가격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주도의 요금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민간에 발전사업의 문을 열어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에 민간은 곁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의 자율적인 투자나 요금결정이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간 발전사업 육성 의지가 강력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민간사업자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급박하게 자금이 필요하지만 번번히 허들에 걸리는 상황에서 투자를 이끌어내는데 어려움이 크다. 대주단이 투자보수율을 문제삼을 경우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워진다.

말로만 민간 개방을 외친 결과는 우울하다. 한국전력 자회사 6개사가 전력 생산의 81%를 차지하는 가운데 민간발전 비중은 19% 정도에 그치고 있다. 장기윤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전력 경쟁체제 도입이 지지부진한건 정부의 정책의지 부족 탓"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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