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금부자 더 부자만들기 정책인가요"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19.11.11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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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부는 '현금부자'들만 더 부자가 되게 하려나 봐요."

아파트 청약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다. 서울 강남권에서 최고 10억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아파트 분양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8일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이번 주 청약을 받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르엘 신반포 센트럴'과 강남구 대치동 '르엘 대치' 등이다.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아직 본격적으로 적용되지 않았지만 이곳들은 '로또 아파트'로 불린다.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를 통제해서다.



서초구 잠원동 '르엘 신반포 센트럴'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16억3000만원대로 책정됐는데 같은 동의 '신반포자이' 85㎡ 호가가 26억원대다. 청약 당첨이 곧 10억원 로또 당첨이란 얘기가 나온다. 낮은 가격에 신축을 분양한들 주변 구축 가격이 따라서 낮춰질리 없다.

그마저도 청약가점이 낮은 젊은층이나 일반 서민들엔 '그림의 떡'이다. 분양가가 모두 9억원이 넘어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한데다 계약금 20%, 중도금 60%로 10억원 이상의 현금을 쥐지 않은 이상 청약할 엄두조차 못 낸다. ‘상대적 박탈감’이 가슴을 때린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현재보다 분양가가 5~10% 더 낮아진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르엘 신반포 센트럴 분양가 16억3000만원에서 10% 낮아진다 해도 14억원이 넘는다는 계산이다. 결국 청약가점이 높은 50대 이상 현금부자가 더 싸게 강남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정말 서민을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올해만 봐도 HUG를 통해 분양가가 간접 통제됐지만 서울 집값 흐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로또 아파트'로 상대적 박탈감만 더 키웠을 뿐이다. 정부가 진짜 집값을 잡고 싶다면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미주 기자/사진= 박미주 기자박미주 기자/사진= 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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