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나 투입해도 캘리포니아 주택난 해결 힘든 이유는?

뉴스1 제공 2019.11.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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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등 IT 기업 45억달러 투자…4만채 공급 가능
수요 못미칠뿐 아니라 이해관계 얽혀 정책 결정도 난항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쪽에 위치한 페털루마의 한 신규 주택 건설 현장 /AFP=뉴스1미국 캘리포니아주 서쪽에 위치한 페털루마의 한 신규 주택 건설 현장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의 IT 대기업들이 캘리포니아주(州)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45억달러(약5조2000억원)를 쏟아 붓겠다고 했다. 그래도 이 지역의 고질적인 주택난을 해결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수십년동안 캘리포니아 주택 시장을 움직이는 지역 정부, 그리고 주택 보유자들의 이해 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대형 IT 기업들의 45억달러 투자에도 캘리포니아의 주택위기가 끝나지 않는 이유' 제하의 분석 기사에서 지역의 집부족을 야기한 거대한 세력들에 맞서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애플부터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까지 미국의 IT 대기업들은 캘리포니아의 주택난 해소에 발벗고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애플은 직접 주택을 건설하는 등에 25억달러(약2조9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페이스북과 구글은 각각 10억달러씩, MS는 5억달러를 투자해 주택난 해소에 일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IT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 신규 주택을 지어도 캘리포니아의 주택난을 해결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UC 버클리 산하 터너 주택 개혁 센터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LA)처럼 비싼 지역에서 주택 건설비용은 한 채당 평균 45만달러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이 쾌척하겠다는 45억달러로 지을 수 있는 주택은 4만채. 하지만 맥킨지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택난을 해결하려면 2025년까지 350만채의 신규주택 공급이 필요하고 그 자금만 1조6000억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IT 기업들의 자금만으로 집을 어디에, 어떻게, 언제 지을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캘리포니아에서 주택문제의 본질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역 정치의 복잡한 이해 관계 때문이라는 것. 일례로 캘리포니아 지역 정부들은 IT 기업들의 오피스 빌딩 건설을 허가하면서 신규주택은 불허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스캇 위너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은 "캘리포니아 도시들은 제도적으로 새로운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만들어졌고 돈으로 주택난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택난이 심해지면서 LA,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등 주요 도시에서 노숙자들은 늘고 개발은 더디기만 하다. 비용 때문에 주택건설 계획이 취소되는 경우도 많다고 NYT는 전했다. 결국 높은 주거 비용과 주택 부족이 인구 이탈과 성장 저해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NYT는 경고했다.

기업들이 주택난 해결을 위한 투자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더 넓은 차원에서 지역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캐롤 갈란테 터너센터 소장은 "기업들이 개별적 접근법이 아니라 더 넓은 차원의 대화와 협업이 필요하다"며 "공공정책을 어떻게 바꾸고 입법화할지에 대한 대화가 없다면 주택난은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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