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발]민갑룡 경찰청장 '민주당 보고서 배포' 공무원법 위반일까?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19.1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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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볼 수 있어"…"정치적 목적 없어 문제없다"

편집자주 검찰 수사의 시작은 고소·고발부터 시작됩니다. 검찰로 모이는 다양한 고소·고발 사건 중 가장 흥미로운 사건들을 찾아 고발현장 분위기와 쟁점사안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25일 경찰청 간부들에게 더불어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이 작성한 검찰개혁 관련 보고서를 경찰청 내 배포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민 청장은 지난 5일 이에 대해 "논란을 일으키게 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추후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지만 검찰은 민 청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앞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지난달 29일 민 청장을 국가공무원법 65조 4항 및 경찰공무원법 31조, 직권남용(형법 123조)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한변은 민 청장이 경찰청 간부회의에서 민주연구원 보고서 2건을 경찰청 내 배포하고, '국장, 과장, 계장급 이상은 필독해달라'고 지시해 경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고서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과 사법개혁의 방향성을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민 청장의 행위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쪽에서는 민 청장에게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기 어렵지만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는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65조 4항은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다. 관련 규정인 국가공무원법 복무규정 제27조 2항 2호는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기관지인 신문과 간행물을 발행·편집·배부하거나 이와 같은 행위를 원조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공무원법 31조는 국가공무원법 65조를 위반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과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민 청장이 민주연구원 보고서를 경찰청 간부들에게 배포한 것은 '정당의 간행물을 배부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 청장의 해명대로 공부하는 차원에서 해당 보고서를 직원들에게 읽으라고 권유한 것이면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되기 어렵다"며 "직권남용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반드시 읽고 정책에 반영하라'는 등 지시에 구체성이나 강요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수사 공무원 입장에서 여당의 보고서를 배포하는 행위는 국가공무원법이 규정한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 청장의 행위가 법 위반이 아니란 견해도 있다. 국가공무원법 복무규정 등 제반 규정을 보면 '정치적 행위'는 정당이나 선거에 관련한 내용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민주연구원 보고서의 내용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배부한 것은 조직의 권한에 관한 문제를 조직 내부자들과 함께 공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국가공무원법령상 정치적 행위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하는 행위여야 하는데 민 청장의 행위가 특정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행해진 거라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10월 29일 민 청장을 국가공무원법, 경찰공무원법,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는 모습/사진=최민경 기자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이 10월 29일 민 청장을 국가공무원법, 경찰공무원법,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는 모습/사진=최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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