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9월에 팔았는데…일찍 처분한 사람이 손해인 이유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9.11.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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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85>반등장에서 손해 보는 사람들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 9월에 팔았는데…일찍 처분한 사람이 손해인 이유


“삼성전자를 9월에 4만9200원에 처분했죠. 그런데 그 후로 주가가 계속 오르는 걸 보고 정말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ㅠㅠ”



주식 투자를 하면서 손해를 보는 경우는 주가가 하락한 다음에 매도해 손실을 기록한 때입니다. 너무 비싼 가격에 매수했거나 아니면 비우량주에 투자했을 때 이런 실수를 하기 쉽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는데도 큰 손해를 봤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투자자 A씨의 경우입니다.

투자자 A씨는 삼성전자가 9월 추석 연휴 직후 52주 신고가를 경신하자 1년 6개월 넘게 보유하던 주식 전량을 4만9200원에 매도했습니다. 실현수익률(세후)은 5.40%였습니다. 그 후 10월 초 삼성전자는 5만원선을 돌파했고, 지금은 5만3000원을 넘었습니다. A씨는 삼성전자 주가가 5만1000원선을 넘어서자 너무 일찍 팔아 큰 손해를 봤다며(=더 많은 이익을 얻을 기회를 놓쳤다며) 가슴을 쳤습니다. 그리고 계속 오르는 주가를 쳐다보고 후회를 하고 있고요.



요즘처럼 증시가 반등하는 때 A씨와 같이 주식을 일찍 처분하고 후회하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특히 오랜 기간 부진했던 주식이 반등할 때 더 그렇습니다. 주가 반등이 일시적일 것으로 예단하고 차익실현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주가는 계속 오르고 일찍 처분한 사람은 오르는 주가를 보며 땅을 치고 후회합니다. 지금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사례지요.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초 50:1의 액면분할 시행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뒤 1년 5개월 넘게 극심한 부진에 빠졌습니다. 액면분할 직후 5만3000원을 넘었던 주가는 줄곧 하락해 올해 초엔 3만6000원선까지 추락했지요. 액면분할 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삼성전자를 매입했던 투자자 A씨는 주가가 떨어지는 동안 극심한 마음고생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들어 몇 번 있었던 반등이 번번이 일시적으로 그친 탓에 9월 주가 상승 기회를 절대 놓치기 싫었습니다.

투자자 A씨의 실현수익률(세후) 5.40%는 솔직히 나쁜 성적이 아닙니다. 하지만 A씨가 주식을 처분한 후에도 삼성전자의 상승세는 이어졌고 11월 들어서 52주 신고가를 연일 경신하고 있습니다. 결국 A씨는 자신이 실현했던 수익보다 더 큰 기회이익을 날리면서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지요. 보통 주식 투자자들은 실제로 처분손실을 입었을 때보다 이 같은 경우에 더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됩니다. 손에 들어온 황금을 그냥 놓친 거나 다름없으니까요.


그럼 A씨가 특별한 케이스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행동재무학은 부진했던 주가가 반등할 때 투자자들이 서둘러 처분하는 경향이 높다며 이를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말합니다. 주식 매입 후 주가가 하락해 오랜 기간 마음고생이 컸던 사람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높습니다. 처분효과가 강한 사람은 주가가 반등해 원금이 겨우 회복되면 혹시 주가 반등이 일시적일 것을 두려워해 보유주식을 서둘러 처분합니다.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또다시 마음고생하는 게 싫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가 반등을 시작한 9월부터 지금까지 줄곧 매도 우위를 취하고 있습니다. 9월에 삼성전자를 9624억원 순매도한 데 이어 10월에 6906억원 순매도하고, 11월 들어서도 8일까지 추가로 2776억원 순매도했습니다. 9월 순매도 금액이 더 컸다는 사실은 A씨처럼 일찍 처분한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들 모두는 A씨처럼 너무 일찍 처분한 것을 후회하고 있겠죠.

삼성전자 9월에 팔았는데…일찍 처분한 사람이 손해인 이유
반면 지난 5월에 자사주를 매입한 삼성전자 최고 임원들은 계속해서 오르는 주가를 보면서 크게 웃고 있을 겁니다. 이들 모두 당시에 낮은 주가에 주식을 매입한 뒤 지금까지 계속 보유하고 있거든요.

삼성전자 반도체와 휴대폰 사업부를 각각 맡고 있는 김기남 부회장과 고동진 사장은 지난 5월 삼성전자 자사주를 각각 2만5000주씩 매입했습니다. 주가가 한참 떨어져 있을 때였습니다. 이들의 평균 매입단가는 4만2000원대입니다. 이들 외에 강봉구 부사장, 이원진 부사장, 윤창훈 상무 등도 4만2000~4만3000원대에서 자사주를 매입했습니다.

이들은 지금까지 자사주를 처분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의 평가이익은 8일 종가 기준으로 모두 20%가 훌쩍 넘습니다.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고 추가 상승하기 시작한 9월에 보유주식을 전량 매도한 A씨의 실현수익률 5.40%(세후)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엄청납니다. A씨도 9월에 처분하지 않고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었더라면 수익률이 13%가 넘었을 겁니다. 9월에 실현한 차익의 2배가 넘지요.

이러한 상황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9월 이후 주가가 반등해 지금까지 상승세를 이어온 삼성전기, 삼성바이오로직스 (831,000원 ▼2,000 -0.24%), 셀트리온, 아모레퍼시픽 등 여타 주식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기 (148,700원 ▼1,200 -0.80%)는 8월 저점 이후 지금까지 38% 가량 올랐는데 개인투자자들은 석 달 연속해서 팔아치우고 있습니다. 9월에 3109억원 순매도, 10월 4271억원 순매도, 그리고 11월 들어 지금까지 341억원 순매도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아모레퍼시픽 (121,400원 ▲200 +0.17%)도 8월 저점 이후 지금까지 62% 가량 올랐는데, 개인투자자들은 3개월 연속 매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면서 주가가 오를 때 적절하게 처분해서 차익을 실현하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너무 일찍 처분해서 더 큰 기회이익을 날리고 나면 그 상실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행동재무학은 주가가 오를 때 성급하게 팔아치우고 싶은 충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반등장에선 일찍 처분하는 사람이 가장 큰 손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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