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법률칼럼] '기생충 2', 기택(송강호) 가족의 주거침입죄 유무는?

머니투데이 중기&창업팀 고문순 기자 2019.11.0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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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많은 법적 문제를 떠올린다. 필자의 지난 ‘영화 속 법률칼럼’에서는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의 가족들이 신분을 속이고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취업을 한 사실이 사기죄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봤다.

법무법인 바른 이재숙 파트너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바른 법무법인 바른 이재숙 파트너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바른


오늘의 질문은 기택의 가족이 ‘주거침입죄’를 범하였는지 여부이다. 기택의 가족은 폭우가 쏟아지던 날 밤, 박 사장의 가족이 캠핑을 가서 집을 비우는 사정을 이용해 그 집에서 그들만의 파티를 벌인다.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먹고, 고급 양주까지 마시며 편안하게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



기택의 가족들이 모두 실직자의 상태로 극도의 경제적 곤궁을 겪으면서도 가족 간의 화목을 유지하는 모습은 시종일관 긴장을 하게 만드는 이 영화 속에서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기도 하지만, 문제는 남의 집에서 벌이는 가족간의 파티 그 자체가 범죄가 된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우리 형법 제319조에서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주거침입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주거침입죄의 첫 번째 요건은 ‘주거 등’ 해당성이다. 판례를 보면, 집 자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담장 안의 마당도 해당한다고 보고 사무실, 공용 복도 등 대상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다. 영화 속 박 사장의 집이 주거침입죄의 ‘주거’에 해당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두 번째는 ‘침입’에 해당하는 지 여부이다. 영화 속 기택 가족은 모두 박 사장의 집에 고용된 사람들로, 수없이 이 집에 출입하던 사람들이다. 판례는 “이웃 사이에 평소 그 주거에 무상출입하던 관계에 있었다 하더라도, 절도 등 범죄의 목적으로 피해자의 승낙없이 그 주거에 들어간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기택의 가족이 박 사장의 집에서 몰래 파티를 벌인 것은 범죄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 사안은 ‘침입’으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보호 법익이란 범죄에 의해 침해되는 법률상이익을 말하며, 형법은 보호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형법상 주거침입죄의 보호 법익이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이라고 본다. 판례는 남편의 일시 부재 중 간통의 목적 하에 그 처의 승낙을 얻어 주거에 들어간 경우, 식당주인 몰래 도청장치를 설치할 목적으로 들어간 경우, 일반적으로 개방돼 있는 장소라도 그 출입금지 내지 제한하는 의사에 반하여 들어간 경우 등이 모두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


만약 빈집에 들어와도 좋다는 사전 승낙을 받았다거나, 사회통념상 추정적인 승낙이 있는 경우라면 주거의 출입이 허용된다고 볼 수 있지만, 영화의 맥락을 보면 박 사장의 가족은 기택의 가족에게 출입을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영화 속 기택 가족이 모두 비록 평소 박 사장의 집을 출입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었다고 할 지라도, 승낙없이 주인들이 없는 주거에 들어가 밤늦도록 취식하고 머물렀던 것은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박 사장 저택의 지하실에 숨어서 살았던 근세(박명훈)는 주거침입죄에 해당할까? 근세뿐 아니라 뒤를 이어 그 지하실을 차지한 기택, 두 사람 모두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도움글 / 법무법인 바른 이재숙([email protected])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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