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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초년생 시절 선배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다. 명함을 주고받는 방식과 관리법은 선배마다 달랐지만, 모두가 손바닥만한 종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퇴근 전까지 명함 ○장 받아와라'는 지시로 명함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게 한 친절한(?) 선배도 있었다. 퇴근을 내건 명령에 반감이 들었지만, 취재원 명함을 빠르게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IT와 결합한 명함… '명함 앱' 전성시대 열리다
LG전자의 '명함인식폰'(LG-KP3800). /사진제공=LG전자.
리멤버 가입자 증가 추이. /사진제공=드라마앤컴퍼니.
첫째, 무료 서비스다. 당시 명함 앱들은 무료·유료 버전을 동시 출시한 뒤, 무료 버전에 명함 개수 제한을 걸어 유료 앱 구매를 유도했다. 이와 달리 리멤버는 사용자 기반 확대를 위해 초창기부터 무료 서비스 정책을 펼쳤다. 사용자가 빠르게 늘자 부분 유료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리멤버는 사용자들을 배신하지 않고, 무료 서비스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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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입력 정확도다. 리멤버 출시 당시만 해도 OCR 기술은 허점이 많았다. 명함 정보를 잘못 입력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에 사용자가 입력 정보를 다시 확인해야 했다. 말이 자동입력이지 사용자 검토를 거쳐야 하는 미완성 기술이었던 것. 리멤버 역시 다른 명함 앱처럼 카메라로 명함을 촬영하는 방식은 같았다. 입력 방식은 달랐다. OCR 기술이 아닌 사람 타이피스트가 명함 사진을 보고 수기로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을 택했다. 스타트업에 어울리지 않은 노동집약적 해결책이란 조롱을 받았다. 사용자들은 반겼다. OCR 기술에 비해 입력 정확도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드라마앤컴퍼니는 수기 혁신에 그치지 않았다. 자체 자동입력 시스템 '듀오'를 개발해 지속적으로 완성도를 개선했다. 듀오는 OCR과 리멤버만의 고유 기술을 융합한 시스템이다. 현재 듀오를 통한 명함 처리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셋째, 정보 갱신이다. 명함 정보가 자동 갱신되는 '라이브' 기능 역시 리멤버만의 장점이었다. 사용자가 자신의 명함 정보를 바꾸면 리멤버에서 명함을 보관 중인 이들에게 바뀐 정보가 제공된다. 회사를 옮기거나 부서가 바뀌면 지인들에게 일일이 연락해서 알려야 하는 불편이 사라졌다. 정보 갱신 알림을 계기로 사용자들이 소통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리멤버가 국민 앱으로 거듭난 성과에 힘입어 드라마앤컴퍼니는 2017년 말 네이버에 인수된다. 당시 인수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400억~500억원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인수 이후에도 최재호 대표의 독립 운영 체제를 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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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앤컴퍼니는 올 7월 인재 검색 서비스 '리멤버 커리어'를 출시, 서비스 초기부터 공언한 '한국판 링크드인'으로 도약에 나섰다. 링크드인은 전 세계에서 4억명에 달하는 회원을 확보한 비즈니스 인맥 SNS(사회관계망서비스)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에 269억달러(당시 약 30조원)에 인수됐다.
리멤버 커리어 프로필. /사진=서진욱 기자.
일각에서는 채용포털과 헤드헌팅 중심의 국내 채용 시장에서 리멤버만의 경쟁력이 뚜렷하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드라마앤컴퍼니가 내세운 차별점은 그동안 갖은 노력 끝에 확보한 인재 풀이다. 리멤버 사용자는 관리자급(과장~부장) 비중이 65%에 달한다. 리멤버 커리어 인재 풀의 80%는 국내 주요 채용포털에 등록되지 않은 이들이다. 관리자급 경력과 잠재적 구직자를 앞세워 리멤버 커리어만의 채용 시장을 열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