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로이터=뉴스1
마크롱 대통령은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나토의 뇌사 상태를 겪고 있다"며 "나토는 미국과 나토 동맹국 간의 전략적 의사 결정을 전혀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1일 실시, 이달 7일자에 게재됐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또한 나토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 압박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도 해석된다. 이날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행사 참석차 라이프치히를 방문한 자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나는 나토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전략적 협력 관계 중 하나로 남아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독일 등 동맹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군사비를 늘려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주장을 반복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극단적인 발언을 했는데, 그건 내가 나토를 바라보는 시각과 다르다"면서 "우리가 문제가 있고 더 힘을 모아야 한다 하더라도 그런 평가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 또한 동맹의 약화는 유럽을 분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럽과 북미 사이에 거리를 두려는 시도는 "대서양을 횡당하는 동맹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유럽을 분열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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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AFP=뉴스1
마크롱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나토에게 있어선 (철군은) 계획도 없었고 조율도 없었다. 나토는 전략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최근 발언에 비춰 나토가 어떤 존재인지 다시 평가해야 한다. 내 생각에 유럽은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이 된다"고 언급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이와 관련해 유럽 방위를 강화하려는 노력은 환영한다면서도 "하지만 유럽만으로는 대서양 횡단 연합을 대체할 수 없다. 우리는 함께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나토)동맹은 북대서양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계속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나토의 적국인 러시아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했다. 나토는 냉전시대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대응하기 위해 서방국들이 조성한 안보 동맹체제로, 현재는 러시아에 대항하는 성격을 띤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금언(golden words)"이라고 극찬하면서 "나토의 현 상태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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