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美도 中도 쭉쭉 오른 증시…한국만 덜 올랐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이상배 특파원, 유희석 기자, 배규민 기자 2019.11.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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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증시 훈풍](종합)

편집자주 한국 투자자들은 최근 ‘미국 증시 연일 사상최고가’ 소식을 들으며 잠에서 깬다. 남미와 중화권 증시도 꿈틀거린다. 주요국 증시 중에서 가장 덜 올랐다는 한국 증시에도 미국발 훈풍이 불까.

美증시 연일 최고치…글로벌 훈풍올까
미국 3대 지수 동반 사상최고 경신 이어가..한국 코스피 연초보다 5%오르는데 그쳐



[MT리포트]美도 中도 쭉쭉 오른 증시…한국만 덜 올랐다


올해 초에 애플 주식을 샀다면 지금쯤 얼마나 올랐을까? 환율이나 배당을 감안하지 않은 단순 주가 수익률은 63%다.

미국 증시 불패 신화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미국 주요 지수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완화를 훈풍으로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다. 미국 경제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면서 눌려왔던 유럽, 아시아 증시도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딛고 V자 반등 하며 최고치

6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나스닥지수는 연초 대비 26.7%가 급등했다. 다우지수는 17.8%, S&P500지수는 18%가 상승했다. 세 지수 모두 최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미국과 중국이 언제 1차 무역 협상에 공식적으로 서명을 할지 기다리며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미국 증시가 호전되면서 글로벌 증시도 함께 웃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부침이 계속됐지만 연초 대비 19.4%(7일 종가 기준)가 뛰었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19.8%가 올라 4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니케이지수는 16.6% 올라 연중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대만 자취엔 지수는 반도체 기업이 증시 상승을 이끌면서 올해 19.3%가 급등했다.


사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의 기쁨을 누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에도 경제 회복 기대감에 사상최고치를 경신했으나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불거지면서 12월에 급락, 오히려 '최악의 해'로 끝났다. 지난해 12월 한달간 다우지수는 8.7%,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9.2% 하락해 1931년 이후 최악의 12월 하락률을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도 9.5% 미끄러져 2002년 이후 가장 가파르게 떨어졌다.

올해의 높은 주식 수익률은 지난해 하락에 따른 되돌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상 최고치'라는 역대 기록에도 월가가 크게 기뻐하지 않는 이유다.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 증시가 재차 고꾸라질까 두려워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시 하락 압력은 지난해보다 높지 않다'고 평가받는다. 올해 미국 증시는 정치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V자 반등을 반복하며 조금씩 하방을 높여왔다.

[MT리포트]美도 中도 쭉쭉 오른 증시…한국만 덜 올랐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창업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1단계 무역합의가 모든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내년 및 향후 몇 년간 무역전쟁이 경제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느끼게 하기에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최근 수년간 언제나 증시 고점을 얘기했지만 틀렸다. 왜냐면 증시가 계속 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관세를 철회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7일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2주간 중미 양측 협상 대표가 진지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진행했으며 합의가 진전됨에 따라 단계적인 관세 철폐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R의 공포는 수그러들었다…금리 인하에 유동성도 풍부

무엇보다 지난해 증시를 흔들었던 R(리세션)의 공포는 수그러들었다는 분위기다. 지난 3분기 미국 GDP 성장률은 1.9%로 연준의 목표치 2%를 밑돌았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 지출은 3분기 2.9% 증가해 소비가 탄탄하게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미국 기업실적도 안정적이다. 지난달 말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75%가 전문가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경제활동의 약 70%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상당히 탄탄하고 소득이 올라가고 있다"며 "기업 심리는 침체됐지만 그렇다고 리세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계속 돈을 풀고 있는 점도 증시 하방을 받쳐주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하반기 들어 3차례나 금리를 인하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고 있다. 지난 5일 중국 인민은행도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금리를 인하했다.

캐너코드 제뉴이티의 토니 드와이어 수석 시장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미미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어떻게든 돈을 더 쓰게 만들고 있다"며 "증시가 급락할 위험이 적고, 자산 가격이 상승이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베세메 트러스트의 조 태니어스 선임 투자 전략가도 "올해 증시를 이끈 것은 결국 막대한 통화 완화 정책"이라며 "경제 지표가 아주 좋은 것은 아니지만, 무역 갈등 완화 등에 시장이 안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는 종목만 간다…잠자고 있는 현금, 증시 유입 될지 주목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주식이 상승하는 대세 상승장은 아직 기대하기 힘들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 보긴 힘들기 때문이다. 각국의 증시가 온도 차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확실한 매수 주체 없이 슬금슬금 오르는 증시에 '광기 없이 주가가 오르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미래 불확실성에 쌓여있는 현금도 '대기' 상태다. 현재 미국 머니마켓펀드(MMF)에는 약 3조4000억달러가 쌓여있다. 10년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 돈이 주식시장에 유입된다면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몰딘이코노믹스의 제러드 딜리안 전략가는 최근 블룸버그에 기고한 칼럼에서 "미국 증시에서 주로 거래되는 기업 수는 약 7000개에서 약 3500개로 최근 20년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며 "많은 돈이 더 적은 수의 주식을 쫓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특정 주식만 인기를 끌면 그 주식은 실제 기업가치에 비해 계속 비싸진다. 주도주의 가격이 너무 비싸 더이상 오르기 힘들면 증시 전반을 이끌기 어렵다.

딜리안 전략가는 "(주식에 대한) 수요를 예측하기는 어렵고,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이 시각이 크게 변화하면 증시는 결국 떨어지겠지만, 우리는 아직 거기에 오지 않았다"라며 아직 주식을 살 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찰스 스왑의 수석 투자 전략가 리즈 앤 손더스도 중립 전략을 쓸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금을 갖고 있으라는 것도, 모든 것을 공격적으로 사라는 얘기도 아니다"라며 "변동성에 대비하면서 선호하는 주식을 더 사라"라고 말했다.

아시아 증시의 경우 차익 매물의 벽을 뚫을 지가 관건이다. 사상 최고치까지 올라온 미국 증시와 달리 중국, 홍콩, 일본 등은 예전 증시 수준을 회복 중인 단계다. 증시가 추가적으로 더 상승한다는 확신이 없으면 이익을 확정하고 싶어하는 차익 매물이 계속 나오게 된다. 자산운용사 에버브라이트 선의 케니 옌 전략가는 "중화권 증시가 특별한 방향 없이 거래되고 있다"며 "상하이종합지수는 3000선이 저항선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역대급 랠리' 미국 증시, 운명 가를 3가지 변수
미중 무역협상, 미 대선, 금리…과거 12월 주가 상승 사례 76%…"현재 주식 랠리, 취약한 기반"

[MT리포트]美도 中도 쭉쭉 오른 증시…한국만 덜 올랐다
10년을 달려온 미국의 황소(강세장)가 아직도 지칠 줄 모른다. 연일 사상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간다. 연말 '산타 랠리'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뉴욕증시 랠리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미중 무역협상, 미 대선, 금리 이 3가지 변수에 미국 주식시장의 운명이 달려있다.

◇미중 무역협상 결렬 땐 조정 불가피

첫째, 미중 관세전쟁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갈 수 있는 '핵폭탄'급 이슈다.

최근의 미국 주가 상승은 미국과 중국이 이른바 '스몰딜'(중간합의)로 불리는 1단계 무역협정에 이달 중 서명할 것이란 기대 덕분에 가능했다. 만약 서명이 미뤄지거나 협상이 다시 결렬된다면 주가는 조정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6일(현지시간) 미중간 무역합의 서명이 12월로 미뤄질 수 있다는 보도에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내림세를 보였다.

스위스계 은행 UBS의 아트 카신 이사는 "미중 무역합의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시장이 실망했다"며 "서명이 늦어질수록 합의가 무산될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관건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폭탄을 거둬들일지 여부다. 1단계 무역합의 협상에서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 등의 대가로 미국에 12월 중순 부과 예정인 관세와 지난 9월부터 부과된 관세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지난 9월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1120억달러(약 145조원) 상당에 매겨온 15% 추가관세 철폐를 검토 중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12월15일부터 1600억달러(약 185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5%의 추가관세를 물리겠다고 예고했는데, 만약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진전된다면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후보 지명 여부 관건

둘째, 미 대선은 향후 5년 간의 미국 증시 향배를 좌우할 변수다.

최근 미국의 증시 활황 뒤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이란 월가의 기대가 깔려 있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등 친기업 정책들을 되돌릴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증시엔 악재로 작용한다.

특히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누르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메사추세츠)이 경선에서 승리해 민주당 후보로 지명될지 여부에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워런 의원은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IT(정보기술) 기업 해체와 연 3% 부유세 부과, 학자금 대출 변제 등 급진적 공약들을 내세우며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출생한 세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경선의 초반 판세를 결정짓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끝나는 내년 2월이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주요 후보들과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열세지만, 월가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국 득표율이 아닌 각주 별로 확보한 선거인단의 합계로 승자를 결정짓는 미 대선의 특성상 2016년 대선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전국 득표에선 지고도 선거인단에선 앞설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과거 12월 美 증시 상승 사례 76%

마지막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당분간 동결이 유력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달 30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50∼1.75%로 25%포인트 인하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직후 "현재 통화정책 기조는 경기가 우리 전망에 부합하는 한 적절히 유지될 것"이라며 "당장은 금리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없이 현재의 저금리가 장기간 유지될 경우 시중 유동성이 증시로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 랠리가 이어지기 유리한 조건이 된다.

현재 기업 투자와 수출을 제외하곤 고용, 소비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미국의 경기가 이후 둔화 조짐을 보일 경우 연준이 신속하게 금리인하를 재개할지도 관건이다.

한편 통계적으로 연말은 미국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일 확률이 높은 시기다. 미국계 투자조사기관 CFRA에 따르면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11월에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가 상승한 해는 약 66%였고, 12월에 S&P 지수가 오른 해는 76% 달했다.

그러나 주식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뉴욕 라이프 인베스트먼츠의 로렌 굿윈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주가 상승은 확실한 근거보다는 여러 기대감에 따른 것"이라며 "지금의 주식 랠리는 취약한 기반을 갖고 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배 기자

미중 무역전쟁…보급기지 증시 확 떴다
대만 자취안지수 올해 19% 올라

미국 수출 4조원 넘게 증가 덕분

브라질·베트남·인도 증시도 강세

[MT리포트]美도 中도 쭉쭉 오른 증시…한국만 덜 올랐다
미중 무역전쟁의 풍파에서 한 발짝 비켜난 나라들이 있다. 양국 사이에서 보급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관세 폭탄'을 피해 중국을 탈출한 기업이 몰리는 대만과 베트남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경제가 위기"라는 말은 적어도 이들 나라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밀려드는 투자에 경제가 활기를 띠고, 증시도 연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 자취안지수는 올 들어 20% 가까이 상승했다. 앞으로 7% 정도만 더 오르면 1990년대 기록했던 역대 최고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80억달러(약 9조2776억원)어치의 주식을 싹쓸이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대만달러 가치도 지난해 중반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으며, 대만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외국 자본이 많이 몰렸다는 의미다. 대만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로 경제 규모가 비슷한 중진국 가운데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미국 수출이 차질을 빚었지만, 대만 수출은 오히려 늘어난 덕분이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지난 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중국의 미국 수출이 4분의 1 줄어든 반면 대만의 미국 수출은 42억달러(약 4조8700억원) 증가했다"면서 "미중 무역전쟁 최대 수혜국은 대만"이라고 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단기적으로 실적이 좋아질 나라는 대만이 유일하다"고 진단했다.

베트남도 비슷한 상황이다. 임금상승과 높은 관세를 피해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겨오면서 올해도 6.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 기대감에 호찌민 증시는 올해 15%가량 상승했다.

중남미 국가 중에서는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가 23% 뛰며 강세를 나타냈다. 브라질은 미국과 중국이 싸우는 사이 공산품과 농산품 수출을 늘리며 실리를 챙겼다. 인도 센섹스30지수도 10% 넘게 상승했지만, 반(反)정부 시위가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과 한국 증시는 각각 7%, 5% 오르는데 그쳤다.

유희석 기자

글로벌 훈풍 타고 기대감 커지는 한국증시
전문가들 "코스피지수 연말 2250선 예상" 추가상승 가능하지만 경계심도 가져야

글로벌 증시에 불고 있는 늦가을 훈풍이 한국증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내수경기 침체에 수출둔화 등 변수는 많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타협점을 찾으면 기업들의 실적이 회복세를 타고 주가도 반등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7일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14포인트 상승한 2144.29로 마감했다. 상승폭이 크지는 않으나 최근 6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두텁게 쌓여있는 2100선 매물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코스피 지수가 2250선까지 반등하고 내년에는 100포인트 가량 추가로 상승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악재가 많이 완화됐고 시중 유동자금 증가 등 풍부한 유동성 환경이 최근 코스피 상승을 이끌고 있다"며 "현재 분위기가 이어지면 연말까지는 2250선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올 7월과 8월을 기점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미중 무역협상 결렬이나 북미 갈등 같은 잠재이슈가 있기는 하다"면서도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국내 수출도 올 12월이 되면 전년대비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체적인 여건을 보면 국내 증시에 펀더멘탈이 개선되고 여기에 위험자산 투자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은 내년 코스피 지수 범위를 1950~2350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예상대로 봉합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진했던 경제지표도 진정 국면에 들어서고 있어 내년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되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8월 기록한 장중저점 1891.81에서 현재 2144.29(7일 종가)까지 반등한 상태다. 꾸준히 매물을 소화하면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최근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등 수급여건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특히 내년에는 한국 국회의원 총선거, 미국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투자심리도 나쁘지 않다. 선거기간에는 다양한 경기부양책과 공약이 제시되는 만큼 투자 열기도 뜨거워진다.

내년에도 글로벌 증시가 상승을 이어가고, 코스피지수도 2350선까지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지나친 흥분을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미중 갈등이 많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나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았고 안팎 경제도 확연히 좋아졌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승 여력 만큼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작정 글로벌 증시에 편승하기만 바라면 안된다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은 코스피 지수 상단과 하단 범위가 올해 대비 커질 것"이라며 "올해를 1900~2250선으로 봤다면 내년은 1800~2350으로 위아래 모두 100포인트씩 전망치 밴드를 넓혔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미국 주가가 올라갈 때 한국이 못 오른 사례는 너무 많지만 미국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 한국이 무탈하게 넘어간 적은 없다"며 "장기간 오른 가격 때문에 조정장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지호 센터장도 "코스피 지수가 2400선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은 실적, 펀더멘탈, 유동성 3박자가 고루 맞지만 상승세가 어디서 끝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해야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배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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