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파동' 11년… 몰라보게 자란 中 분유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11.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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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위 분유브랜드 페이허, 13일 홍콩증시 상장

중국의 한 소비자가 분유 매대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중국의 한 소비자가 분유 매대를 지나가고 있다. /사진=AFP


중국 분유기업이 소리소문 없이 커지고 있다.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수입산 의존도가 커지자 중국 당국이 토종 분유업계를 적극 지원해왔고 업계 역시 중국 브랜드임을 최대한 감추는 전략 등으로 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1위 분유브랜드 페이허는 오는 13일 홍콩 증시에 데뷔한다. 공모가 밴드는 7.5~10홍콩달러로 모두 8억9330만주를 발행한다. 예상 자금조달액은 8억5500만달러(약 9913억원) 이상이다. 페이허의 기업가치는 85억달러에서 최대 114억달러로 평가됐다.



페이허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7.3%로 2년 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104억위안으로 한해 전보다 76.5% 늘었고 순익도 93% 증가한 22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상하이캐피탈증권 구샹쥔 시장분석가는 "페이허의 주력 상품인 고급 유기농 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페이허는 그간 세계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임을 감추는 전략을 써왔다. 2009년 '아메리칸 데어리(American Dairy)'란 영문 이름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한 페이허는 2013년 상장 폐지 후 비상장 기업 형태로 국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케이팡량 페이허 사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제품은 57년간 제품 안전성 문제를 전혀 일으킨 적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페이허는 자사 분유 제품 원료가 미국 위스콘신, 일본 훗카이도산이라고 광고하며 '글로벌 기업'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2008년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10여년간 외국계 분유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무섭게 사업을 확장했다. 공업용 화학물질인 멜라민에 오염된 조제 분유가 유통돼 최소 6명이 숨지고 30만명의 영유아가 신장 결석을 앓게 되자 중국 소비자들은 수입 분유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여전히 중국 분유 시장 상위에는 네슬레(스위스), 다노(프랑스) 등 상당수 외국계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지난해 분유 승인 품목을 총 1400여종으로 줄이면서, 자국 기업 제품 위주로 승인을 냈다. 외국 기업 제품은 뉴질랜드산 54개 등 209개에 불과했다. 홍콩 신다 인터내셔널 홀딩스의 헤이만 치우 애널리스트는 "더 강력한 규제로 중국 분유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산업 통합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분유 시장 규모는 올해 267억달러이며, 2023년 323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2015년 중국의 한자녀 정책 폐지했고 모유수유비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점 등도 시장 규모가 커지는 데 도움될 것"이라고 전했다. 모유 수유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중국의 6개월 미만 신생아에 대한 모유 수유율은 29.2%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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