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새 주인은 '승자의 저주' 피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9.11.0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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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열악·기체 노후화 '부담'...애경이 인수하면 LCC만 3개

아시아나항공 (10,680원 0.00%) 매각 본입찰에 깜짝 손님은 없었다. 시장의 예상대로 애경그룹, HDC현대산업개발, KCGI가 컨소시엄을 이뤄 본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결과는 일주일 뒤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누가 아시아나를 잡든 정상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 아시아나의 재무구조가 그만큼 열악해서다. 특히 애경그룹이 인수할 경우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LCC(저비용항공사)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은 7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 최종 입찰에서 모두 3개의 컨소시엄이 입찰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매각 최종 입찰에 △HDC-미래에셋대우 △제주항공-스톤브릿지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이 서류를 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는 약 1주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완료해 연내 매각을 종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본입찰 마감 전까지 SK나 GS, 신세계 등 대기업의 깜짝 입찰참여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 있었으나 주요 대기업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KCGI도 대기업 전략적 투자자(SI)를 찾지 못하면서 인수전은 애경그룹과 현대산업개발 간 2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본입찰 마감일인 7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본입찰 마감일인 7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아시아나 빠듯한 '주머니 사정'…기체 노령화도 해결 과제
누가 아시아나의 주인이 되든 상황은 여의치 않다. 아시아나의 자금상황이 그만큼 빠듯해서다.

아시아나는 올 상반기말 기준 단기성차입금이 1조7028억원에 이른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4210억원에 그친다. 총부채는 9조6000억원에 달하고, 올 3월부터 변경된 회계감사기준 적용으로 부채비율은 659.5%나 된다.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우선 단기 차입금을 막아야 한다. 이에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지분(31.05%) 인수 외에 유상증자(신주)로 투입될 자금 규모도 본입찰 때 적어내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1조원은 투입돼야 회사가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

아시아나의 항공기가 노후화된 것도 부담이다. 아시아나는 현재 보유항공기가 총 84대다. 이들의 평균 기령은 지난해 말 기준 12.18년이다. 화물기만 운영하는 에어인천을 빼면 8개 국적 항공사 중 기령이 가장 높다.

낡은 비행기는 정비비 증가로 이어진다. 올 상반기 아시아나의 정비 비용은 246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1.8%나 늘었다. 최근 정부 당국에서 항공기 정비 강화를 지시한 것도 아시아나 실적엔 부담이다.

항공업황 '부진'…제주항공, 인수하면 에어서울·에어부산 구조조정 불가피
에어부산 항공기/사진=에어부산에어부산 항공기/사진=에어부산
항공업계 업황도 좋지 않다. 여객 부문은 ‘일본여행 보이콧’의 영향을 받고 있고, 화물 부문은 반도체 업황 악화로 물량이 줄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 인수자는 LCC(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함께 챙겨야 한다. 2016년 운항을 시작한 에어서울은 자체적인 사업 경쟁력이 낮고, 일본 노선 의존도도 가장 높다. 일부에선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통합 가능성도 나온다.

애경그룹이 가져갈 경우 LCC만 3곳을 보유하게 된다. 아시아나의 인수주체가 제주항공인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증손회사가 되는데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에어서울은 가능하지만 상장사인 에어부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에어부산을 애경그룹이 갖기 위해서는 지배구조를 바꿔야만 한다. 하지만 애경그룹은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미 업계에서는 인수 후 LCC를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통매각의 의미가 사라지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의 자체 재무구조도 문제가 있지만 항공 업황이 안좋은 것도 인수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자금 조달 방법과 향후 기업 운영 계획 등이 우선협상자 선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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