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안쓰니…" 美사무기기업체들 뭉쳐서 살자!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11.0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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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과 합작 끝낸 제록스, HP 인수 방안 검토…
인쇄산업 쇠퇴로 사무기기업체, 합병 시너지 노려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위치한 HP 본사. /사진=AFP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위치한 HP 본사. /사진=AFP


미국 사무기기업체 제록스가 PC·프린터 제조업체 휴렛팩커드(HP)의 인수를 추진한다. 사무실에서 종이 문서 쓰임이 줄어들면서 미국 사무기기업체들이 생존을 위한 대안 찾기에 나섰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HP는 이날 공식성명을 통해 "제록스홀딩스와 사업 결합 가능성에 대해 수시로 대화를 나눠왔다"며 "어제 제록스로부터 인수 제안서를 받았다.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에 대해 심사숙고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록스가 인수를 검토 중인 HP의 기업가치는 273억달러(약 31조6340억원)로 제록스의 기업가치(80억달러)보다 훨씬 높다. 여기에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붙는 걸 고려하면 인수총액은 상당히 커진다. 제록스는 앞서 일본 후지필름과의 합작회사 후지제록스의 지분 청산으로 유입된 자금 23억달러와 은행권의 인수금융을 통해 인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제록스가 씨티그룹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자금지원 약속을 받았으며 최소 200억달러의 부채를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디지털화로 인해 종이문서의 중요성이 감소하면서 양사는 모두 사업 재정비를 진행해왔다. 최근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비용절감에 나선 HP는 3년간 전체 직원의 16%인 9000명을 감원하고 연간 10억달러의 경비를 절감할 계획이다.



제록스 역시 협력할 새로운 업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제록스는 후지필름과의 합작회사인 후지제록스 지분을 23억달러에 모두 처분했다. 제록스의 연 매출 대부분은 기기 대여 및 유지사업에서 나온다. 제록스는 자체적으로 사무기기를 만들지 않고 주로 후지제록스에 의존해왔다. 앞으로 5년간은 여전히 후지제록스에서 제품을 공급받기로 했지만 제록스 역시 자체 공급망을 구축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프린터, 복사기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제록스나 HP 같은 기업들이 군살을 빼고 합병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체이스의 시장분석가 폴 코스터는 "인쇄 산업 매출이 지속적인 감소하면서 이들 기업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나오려면 2~3년이 걸리겠지만 합병된 기업체는 비용을 절감하고 더 빨리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 검토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뉴욕 증시에서 HP는 6.4%, 제록스는 3.6% 상승했다.

한편 제록스는 이와 별도로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포함한 변신 준비에 나섰다. 제록스의 지분 10.6%를 보유한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제록스를 압박하고 있다. 아이칸의 손으로 뽑은 CEO 존 비센틴은 "제록스가 핵심사업에서 벗어나 다른 사업체를 쉽게 사고 육성하고 특히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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