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뉴스1) 고재교 기자 = 5월 23일 강원도 강릉시 대전동 과학단지 벤처공장에서 발생한 수소탱크 폭발 사고로 주변 공장이 처참히 부서졌다. 2019.5.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전해에 꼭 필요한 '산소제거 필터' 아예 없었다7일 경찰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고가 난 탱크는 에너지기술평가원이 발주한 국책과제로 선정받은 한 신생 업체가 수전해(물 전기분해) 실험·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전해 설계에 필요한 '산소제거 필터(팔라듐 필터)'를 설계도면에서 임의로 빼고 설치하지 않아 폭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수소 전문가는 "강릉 사고는 수소가 위험해서 터졌다기보다는, 수소저장용기에 산소가 유입됐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며 "산소제거 필터가 있어야 하는데 이 필터를 꼭 달아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전문성이 없는 신생 업체가 국책 과제에 참여했다"고 진단했다.
이 전문가는 "산소제거 필터가 수전해 설계도면에 있었는데, 그걸 뺀 것"이라며 "돈을 아끼려고 했을 수도 있고, 이 산소제거 필터가 없어지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모르고 시공한 결과 발생한 '인재'"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고는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하고 수전해를 통해 얻은 수소를 연료전지에 공급,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신기술의 실증 사업 과정에서 발생했다. 수전해 과정에서 얻어진 수소에는 미량의 산소가 섞이게 된다. 이때 산소제거 필터가 없으면, 수소탱크 내에서 산소가 폭발범위(산소농도 5% 이상) 이상으로 축적돼 폭발이나 폭굉이 일어날수 있는 상태가 된다. 상대적으로 수소는 가볍고 산소는 무거운데, 사고가 난 탱크는 400시간 이상 가동되면서 산소제거 필터가 없는 상태에서 산소가 쌓여갔고 한계점(산소농도 5%, 이때 수소농도는 95%)을 넘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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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는 '수전해' 방식을 보여주는 모식도. 영어로 'deoxidiser'라고 표시된 것이 산소를 제거해주는 산소제거필터(팔라듐필터)이다./사진=EU(유럽연합) HyFLEET:CUTE(수소전기버스 프로그램) 홈페이지
폭굉은 산소 농도가 5% 이상 넘어가면 일어날 수 있다. 정상적인 수전해 수소탱크에서는 통상 산소농도가 2~3%에 도달하면 위험하다는 '알람'이 울린다. 수소탱크내 수소농도가 94~95% 정도 수준이 되면 위험하다고 판단해 용기를 비워야 하는데, 이 업체는 이 같은 일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수소탱크에는 수소농도 측정기는 있었지만, 산소농도 측정기(센서)는 없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산소가 비정상적인 농도로 유입돼 일어난, 다시는 있어선 안되는 사고였다"고 말했다. 그는 "산소제거 필터 안에서 산소와 수소가 합쳐져서 물이 되는 방식으로 산소를 제거해줘야 하는데, 이 제거 장치가 없다보니 산소가 그대로 용기 내로 유입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수소 R&D서 안전 예산 충분해야"…정부 '수소 안전관리 강화방안' 수립
전문가들은 대책으로는 신생 업체의 시설 안전성평가를 충분히 실시해야한다는 점, 안전 관련 예산은 정부가 R&D에서 충분히 인정을 해줘야한다는 점 등을 제안했다.
수소 취급에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에너지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수소 안전관리 강화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수소 안전관리제도 현황을 분석해 국내 안전기준을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강화한다. 그 과정에서 한국가스안전공사에 수소 전담부서를 설치·운영하고 수소안전 관리를 전담하는 전문기구 설립을 검토한다. 산업부는 또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와 같이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체계 사각지대에 위치한 저압수소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저압수소설비 안전기준, 검사제도 등을 마련할 근거가 될 '수소안전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