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권모씨(22)는 "빨대 많이 집어가는 건 눈에 보여도 그냥 두는 편인데, 한번은 어떤 분이 진짜 한 통을 다 집어가서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 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자주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그러는 거예요' 하면서 갖고 나가 황당했다"며 "사장님은 '왜 그냥 보내냐'며 나를 혼냈다"고 토로했다.
손님들이 가져가는 건 일회용품뿐만이 아니다. 머그잔, 수저, 그릇 등 비품들도 자주 사라진다. 카페 아르바이트 경력만 8년인 김모씨(28)는 손님들이 매장 내 물품을 가져가는 장면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빨대, 냅킨을 한 움큼씩 주머니에 넣어가는 건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수준이다.
김씨는 "동네에 있는 개인 카페에서 일했을 때 티스푼이 진짜 많이 없어졌다. 10개 넘게 있었던 티스푼이 3개월 만에 다 사라졌다. 그래서 사장님이 티스푼을 아예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며 "제일 황당했던 건 들어와서 아무것도 안 시키고 빨대만 잔뜩 집어서 나간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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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지만, 매장에 무료로 비치된 물품을 챙겨가는 이들은 크게 문제 될 거 없다는 입장이다. "돈 냈는데 뭐가 문제냐", "비싼 것도 아닌데 괜찮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위가 '공짜 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은 공짜인 물건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내야 하는 물건은 값을 지급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에 절제를 한다. 반면 당장 필요한 게 아니더라도 공짜면 일단 '내꺼'라는 생각이 들어 더 많이 가지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곽 교수는 그릇 등 비품을 몰래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 "범법행위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작은 물건이기 때문에 '이거 하나 없어진다고 여기가 문을 닫겠어?'라며 도덕적 정당화를 하게 된다. 업주 입장에서는 비품 하나하나가 다 자산이지만, 가져가는 고객들은 그 물건의 가치를 낮게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짜'라서 욕심 내 챙겼다간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빨대나 냅킨 등 서비스 물품을 많이 가져간다고 해서 다 '절도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양이 통상적인 범주를 크게 벗어나거나 수차례 반복되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변호사는 "무료로 제공되는 물품을 과도하게 가져갈 경우 업주가 고소하거나 경찰이 인지하면 절도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주문도 하지 않고 매장에 방문해 서비스 물품을 집어가거나, 매장 내 비품을 가져가는 건 명백한 '절도죄'다. 초범인 경우엔 즉결심판에 넘겨져 50만원 미만의 벌금을 내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주 입장에서는 신고나 고소도 쉽지 않다. 카페 운영자 박씨는 "절도죄에 해당한다고 해도 어느 가게가 손님을 고소하겠냐. 손님들도 가게의 이런 속사정을 다 알고 그러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이것도 손님의 '갑질'이 아닐까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