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카카오 로고
그러나 신화는 길지 않았다. 메일로 흥한 다음은 메일로 꼬꾸라졌다. 2002년 스팸메일 퇴치를 명분으로 한메일 수신자에게 1000통 이상 발송 시 1통당 10원을 부담시키면서다. 이른바 '온라인 우표제'. 뿔난 한메일 이용자들은 네이버 메일로 갈아탔다. 네이버 메일은 한메일보다 5배 많은 저장공간을 제공하며 한메일을 바짝 추격했다. 결국 네이버는 2009년 국내 최대의 이메일 서비스에 등극했다. 포털 1위 자리도 덤으로 따라왔다.
한메일 성공 DNA 기대…구글·네이버 위협?이 상황에 뜬금없이 카카오가 메일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카카오는 5일 카카오톡으로 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카카오메일'을 베타 서비스로 선보였다. 한메일이 서비스를 시작한지 23년 만이다. 카카오메일은 카카오톡 내에 기존 메일 서비스인 다음과 한메일 외 카카오 메일 계정이 추가되는 형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카카오메일이 한메일 시절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한메일 성공 DNA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어서다. 카카오가 모태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한메일 운영 경험을 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때문에 카카오메일이 구글, 네이버 등을 위협하는 이메일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메일 베타버전/사진=카카오
카카오톡으로 대화와 메일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메일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굳이 다른 앱을 켜는 수고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메일은 번거로운 과정도 생략했다. 별도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카카오톡 더보기탭의 '메일' 버튼을 통해 신규 메일 주소를 만들면 그만이다.
메일 수발신, 대용량 파일 첨부 등 기본기능 외에 다양한 기능도 눈에 띈다. 스마트 분류함을 통해 청구서, 쇼핑, 소셜, 프로모션 등의 메일을 자동 분류해준다. 불필요한 메일은 7일이 지나면 휴지통으로 이동된다. 메일을 자주 주고받는 상대를 관심 친구로 설정해 모아보기도 할 수 있다. 관심 친구가 메일을 보내면 카카오톡 채널 '죠르디'를 통해 알림을 받아볼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메일이 메일 서비스의 새 영역을 개척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적 대화가 주를 이루는 카카오톡과 공적 소통 역할에 가까운 카카오메일이 연계되며 시너지를 낼 것이란 기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구글 지메일과 네이버 메일이 대세지만, 카카오가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카카오톡이라는 일상 플랫폼을 통해 메일 사용자들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한 번 메일 서비스 혁신이 이뤄질 수도 있단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