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태국)=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태국 방콕의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제14차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하고 있다. 2019.11.04.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그해 5월30일, 돌아온 특사들과 만나 "이번에 EU와 아세안에 처음으로 특사를 파견했는데, 박원순 특사의 아세안 방문은 4대국 특사 중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평을 넓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아세안+인도를 대상으로 한 신남방정책의 신호탄이었다.
외부 변수 중 가장 심각한 건 미-중 갈등이다. 통상 분야로 번진 미-중 갈등으로 세계 교역이 위축됐다. 수출 의존이 큰 우리나라엔 직격탄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가정이긴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받은 영향을 0.3~0.4%포인트로 추정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5% 수준이고 올해 2% 성장률이 어렵다면 그 손실의 대부분이 미-중 갈등에서 온 셈이다.
방콕에선 한중일, 아세안에다 호주 등 오세아니아를 포함한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 협정(RCEP)의 협정문이 타결됐다. 사상 최대규모 자유무역지대인데 가장 덩치가 큰 구성원은 역시 중국이다.
문 대통령은 같은날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는 "다양한 지역협력 구상과 연계해 인도 태평양의 상생협력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특히 "해양에서의 평화를 위해 역내 핵심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가 비군사화되고, 자유로운 항행과 상공비행이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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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 구상은 중국의 '일대일로'와 비교되는 미국의 전략 구상이다. 남중국해의 자유로운 항행 또한 미국이 중국의 이 지역 패권 확대에 맞서 강조해 왔다.
청와대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아세안 행보에 대해 국익을 추구하면서도 강대국 어느 한 쪽에 쏠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을 포함한 RCEP 타결로 수출에 새 기회를 얻겠지만 경제·안보적으로 중국 영향권에 빨려들지는 않겠다고 미국에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한미는 6일 서울에서 이태호 외교부 2차관과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제4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를 열었다. 우리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연계한 협력 방안 모색을 위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렇게 보면 문 대통령의 외교 키워드는 국익과 실용이다. 미중 갈등중에도 신남방정책은 비교적 순항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중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완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25~26일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연다. 이때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도 함께 연다.
임기 후반기도 중요하다. 더 치밀하고 유능한 대응이 필요한 도전과제가 이어진다. 미 국무부는 4일(현지시간) 최초로 공개한 30쪽짜리 인도·태평양 관련 보고서에서 중국을 견제할 역내 협력 대상으로 호주, 일본에 이어 세 번째 국가로 한국을 거론했다. 동시에 한국이 내야 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한일 지소미아(GSOMIA 군사정보보호협정) 역시 연장하라고 압박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