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승해도 불법이 아닌 택시, 어떻게 만들었냐고요?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9.11.0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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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기동 코나투스 대표 "승객·기사 상생안 찾겠다… 서울 전역으로 확대"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 /사진=김창현 기자.김기동 코나투스 대표. /사진=김창현 기자.


“택시는 이동수단 시장에서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겁니다.”

심야 택시 합승을 앞세워 모빌리티 분야에서 최초로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선정된 ‘반반택시’. 택시와 모빌리티 업계 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상생 모델로 주목받았다. 반반택시 개발사 코나투스의 김기동 대표(사진·39)는 “다양한 운송수단이 공존하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택시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며 “승객과 기사들이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 택시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반반택시는 심야시간대(밤 10시~새벽 4시)에 이동구간이 비슷한 택시 승객들의 합승을 중개한다. 탑승 지점이 1㎞ 이내이며 이동 경로가 70% 이상 겹치는 승객 2명을 매칭한 뒤 택시를 호출한다. 성별이 같은 승객끼리만 매칭한다. 서비스 명칭처럼 승객들이 미터기 요금을 이용거리에 비례해 절반씩 낸다. 동승 옵션뿐 아니라 일반적인 택시 호출 옵션도 제공한다.

김 대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여행 도중 반반택시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도로에 따로 마련된 카풀 전용 차선을 보고 카풀 사업성을 포착했다. 택시에서 어떻게 카풀 같은 서비스를 구현할지 고민하다가 합승 개념을 떠올렸다.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가 확산해도 택시의 효용 가치는 높게 유지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승객별로 택시요금을 받으면 불법이기 때문에 기사에게 합승에 대한 인센티브를 어떻게 주느냐가 문제였다”며 “승객들에게 플랫폼 호출료를 받아 기사와 나누는 반반택시 모델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플랫폼 호출료 3000원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연말 진행한 시범 테스트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것 같다”는 사용자 반응을 듣고 사업성을 재확인했다.

현재 반반택시 심야 합승은 서울 12개 구에서 호출 가능하다. 호출료는 4000원(밤 10시~자정), 6000원(자정~새벽 4시)이다. 지난 8월 출시 이후 2개월 동안 호출 건수가 400% 늘었다. 합승 성공률은 60%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서울 전체로 심야 호출을 확대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며 “합승처럼 승객은 좀 더 싸게 이동할 수 있고, 기사는 수익이 더 늘어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창업 시도는 이번이 3번째다. 대학생 시절인 2001년 과외 중개 사이트를 열었다가 1년도 안 돼 실패했다. 이후 지인들이 창업한 소셜 데이팅 사업에 관여하기도 했다.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김 대표는 “SK텔레콤에서 13년 동안 근무하면서 문득문득 창업에 대해 생각했다”며 “창업 분야를 모빌리티로 정한 뒤 회사를 관두고 반반택시 사업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타다’를 비롯한 모빌리티 규제 논란에 대해 “갈등 조정과 위기 관리 측면에서 정부 입장은 사업자와 다를 수 있다”면서도 “사회적 효용이 높아진다면 규제 혁신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반반택시도 사회적 효용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사업을 펼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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