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해빙 무드…제자리 찾아가는 日 관련주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19.11.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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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아베 총리와 회담에 여행株 반등…애국테마는 일찍부터 거품 꺼져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택배연대노조 주최로 일본 유니클로 제품 배송 거부 선언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택배연대노조 주최로 일본 유니클로 제품 배송 거부 선언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일본이 우리 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경제 보복에 나서면서 급격히 얼어붙었던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풀릴 기미가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크게 흔들렸던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점차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를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11분간 만났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24일 일왕 즉위식에서 아베 총리와 회담하며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지 11일 만이다.



한일 정상이 만났다고 해도 경색됐던 관계가 급격히 풀릴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해빙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한일 관계 악화로 크게 오르거나 떨어졌던 관련 종목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여행과 항공 관련 기업들의 주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모두투어 (15,880원 ▼550 -3.35%)는 전날 1만735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1일 대비 1800원(11.6%) 오른 수치다. 하나투어 (58,800원 ▲400 +0.68%)도 지난 1일 4만6900원에서 전날 5만2200원까지 1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 (20,800원 ▲50 +0.24%)아시아나항공 (10,710원 ▼20 -0.19%) 주가도 5% 안팎 올랐다. 제주항공 (10,750원 ▼100 -0.92%), 진에어 (13,370원 ▼360 -2.62%), 티웨이항공 (2,620원 ▼50 -1.87%) 등 저비용항공사(LCC) 주가도 3∼6%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6월 말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의 한국 수출을 규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일본 여행 수요도 크게 줄었다. 이에 일본 여행 의존도가 높은 여행과 항공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물론 한일 관계가 풀린다 하더라도 이 같은 종목들의 주가가 당장 제자리를 찾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여행 수요가 회복되고 이들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풀릴 기미가 보이면서 투자 심리에는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하나투어의 경우 이틀간 외국인, 기관, 연기금 등이 모두 순매수세를 보였다.


이른바 '애국테마주'라 불리면 큰 상승세를 보였던 종목들은 일찍부터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애국테마주로 분류된 모나미 (2,695원 ▼10 -0.37%)는 지난 7월 초 2590원에서 지난 8월6일 장 중 8950원까지 오르며 3배가 넘게 올랐지만 현재는 409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신성통상 (1,787원 ▲8 +0.45%)도 지난 7월초부터 1개월여간 1100원에서 2960원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1410원까지 하락했다. 이 밖에 보라티알 (11,070원 ▲90 +0.82%) 등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들 기업들은 지난 8월 초 일본 화이트리스트 제외, 지난 8월말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등의 이슈가 있었을 때는 단기간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서서히 하락세를 탔다.

일본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 주가가 하락세를 탔던 롯데그룹 관련주들도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롯데지주는 지난 7월초 4만4150원에서 1개월여간 2만9600원까지 떨어졌다가 전날 3만7000원으로 마감했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 (67,600원 ▲700 +1.05%)롯데칠성 (127,200원 ▼300 -0.24%) 등도 25% 이상 떨어졌다가 최근 반등에 성공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일본과 관련한 종목들의 '제자리 찾기'에 속도가 더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가시화한 지난 7월 이후 4개월여가 흐르면서 반일 감정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고 있고, 한일 관계가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아심 후세인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중반까지 한일 관계의 추가 경색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일본 관계자들의 일반적 평가"라며 "일본 정부는 내년 한국 총선과 도쿄올림픽 전까지 한일 관계의 추가 악화를 피하려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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