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말뿐인 '규제 혁신' 약속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9.11.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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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업 지원, 금융·M&A제도 개선, 공공시장 창출, 규제혁신 등을 통해 역동적 창업·벤처생태계 조성.’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놓은 ‘정부 국정운영 5개년계획’에 담긴 내용이다. 계획 발표 이후 2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정부 구상대로 스타트업 생태계는 역동적으로 변했을까. 최근 벌어진 일들을 보면 ‘역동’보단 ‘경직’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창업가들은 여전히 규제와 사투를 벌이고 혁신 시도들은 좌초 위기에 내몰렸다.

 렌터카 기반 이동수단 ‘타다’ 논란이 대표 사례다. 1년 넘게 서비스 중인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검찰의 타다 운영사 쏘카·VCNC 기소를 두고 검찰, 법무부, 청와대는 네탓 공방만 벌인다. 국토교통부는 타다의 법적 타당성에 대해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한다. 국회는 어떤가. 여당은 국토부로부터 넘겨받은 타다금지법을 발의했다. 쏘카·VCNC의 대화 요구는 묵살됐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사실상 국토부가 마련한 택시·모빌리티 상생안을 따르라는 압박이다.



 타다뿐이랴. 최근 핀테크 스타트업 그레잇은 온라인 환전 서비스 ‘웨이즈’ 사업을 접었다. 가입자 10만명을 모았지만 내국인에서 외국인으로 사용자 기반을 확장하려는 계획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주류 정기구독 사업을 펼친 벨루가는 지난 8월 사업을 중단했다. 국세청이 벨루가의 주류배송을 불법이라고 판단한 탓이다. 여러 차례 정부부처·기관에 법적 타당성을 문의한 벨루가의 노력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정부·여당이 갈등 조정 사례로 내세운 택시·카풀 상생안은 카풀업체들의 폐업으로 이어졌다. 대화 당사자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이 아닌 택시와 협업하는 플랫폼택시로 사업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안 되는 것 빼고 모두 허용한다’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전환 약속은 온데간데 없다. “정부 허락을 받고 창업해야 안전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정부에 창업생태계를 육성하려는 의지가 남아 있다면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만 포괄적 네거티브 시대를 열 수 있다.
[기자수첩]말뿐인 '규제 혁신'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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