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국인 보유 아파트 몇채? 정부는 "모른다"

머니투데이 김평화, 김하늬 기자 2019.11.0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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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토부·통계청·감정원 모두 '모르쇠'…'주택소유통계'에 외국인 누락

[단독]외국인 보유 아파트 몇채? 정부는 "모른다"


정부는 외국인이 서울 아파트를 몇채 보유했는지 모른다. 최근 5년간 외국인 1만여명이 서울 주택을 매수하는 등 외국인의 서울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통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통계청, 국토교통부, 한국감정원 등에 관련 통계를 의뢰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비슷했다. 매월 외국인이 서울 주택을 얼마나 매수했는지 '거래 정보'는 파악할 수 있어도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주택이 총 몇 채인지는 파악할 수 없다는 얘기다.



통계청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서울 아파트 소유자는 약 151만4500명,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로 한정하면 약 38만8000명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중 외국인이 몇명인지 알지 못한다.

통계청은 개인 소유 주택 집계 때 외국인 소유 주택은 제외하고 있다. 가구 소유 집계의 경우 일반가구에 속한 외국인(내국인과 동거)이 소유한 주택은 대상에 포함된다. 법인,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주택과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은 빠져 있다.



통계청은 국토부 건축물대장과 국세청 재산세 자료 등 '행정자료'를 통계청의 인구·가구·주택 DB(데이터베이스)와 매칭해 이 통계를 작성한다.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은 '행정자료'에 포함되지 않는다.

통계청 관계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 한정할 경우 통계청DB를 통해 숫자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아직 외국인 관련 통계청 DB가 구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밝힌 '통계가 없는 이유'는 외국인에 대한 정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일단 국내 거주 외국인과 해외 거주 외국인으로 나뉜다. 한국인과 동거하는 외국인, 외국인끼리만 거주하는 외국인 등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인구가족DB와 소유자를 매칭해야 하는데 외국인 자료를 매칭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외국인 주택 소유와 관련 참고할만한 자료는 국토부 건축물대장 뿐이다. 하지만 건축물대장은 통계로 활용하기에 부실하다는 설명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외국인등록번호 자릿수가 안맞는 사례도 있을 정도로 건축물대장 자료에 문제가 많다"며 "정확도가 30% 정도에 그쳐 통계로 쓰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내국인의 경우 국세청 재산세 자료 등 건축물대장이 아니더라도 소유자를 확인할 다른 통계가 있어 매칭이 가능하다. 하지만 외국인이 납부하는 재산세는 국세청이 관리하지 않는다. 국세청 관계자는 "외국인이 내는 세금은 각 구청이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실무자 역시 "주택 실거래 신고를 할 때 국적을 기입해야 해 주택 거래 정보는 외국인 데이터가 있다"며 "하지만 외국인 총 소유 주택과 관련해선 공식적으로 승인받은 통계가 없다보니 외국인이 소유한 주택수를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외국인 주택소유 통계 파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외국인이 얼마나 챙겨가는지 확인조차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보도([단독]'강남·마용성' 골라 산 외국인, 5년간 서울집 1만채 매수)로 최근 외국인이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과 강남 등 '금싸라기' 부동산을 사모으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단독]서울주택 매입 외국인, 절반은 '중국인'…구로·금천·은평에 '눈독')

한국감정원에서 제출받은 ‘서울시 주택매매 외국인 구별 매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올 9월까지 총 주택 매수 건수는 94만2623건이다. 이중 외국인 매수 건수는 1만479건으로 전체의 1.11% 다. 이 기간 서울 주택 거래 100건 중 1건의 매수자가 외국인인 셈이다. 외국인이 매수한 주택금액은 총 6조363억9400만원이다.

각 구별 외국인 매수 비율을 보면, 서울 강남구·서초구·중구, 마포구·용산구·성동구, 구로구·금천구·영등포구 등이 서울 전체 평균(1.11%)보다 높았다. 강남구에선 이 기간 주택 4만4819채가 거래됐는데 이 중 외국인이 산 주택은 726개로 1.62%였다. 서초구 외국인 매수 비율은 1.53%로 집계됐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명동이 포함된 중구는 2.58%를 기록했다.

마포구(1.55%), 용산구(2.41%), 성동구(1.24%) 등 ‘마용성’ 지역의 외국인 매수 비율도 서울 평균보다 높았다. 중국계 외국인들이 밀집한 구로구의 경우 외국인 매수건수는 1327건으로 3.21%의 비중을 차지했다. 구로구와 인접한 금천구(3.16%)와 영등포구(1.92%)도 외국인 매수 비율이 높았다.

외국인 매수 비율이 높은 지역 대부분의 주택가격상승률은 서울 평균보다 높았다. 외국인들이 이른바 ‘핫한’ 서울 부동산을 골라 구매한 셈이다. 특히 강남·서초구와 ‘마용성’ 지역 등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꾸준히 집값이 올라 투자 가치가 부각되는 곳에서 외국인 매수 비율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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