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은 왜 '치매패치'에 꽂혔을까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19.11.0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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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장서 승부…'유니크'한 의약품 찾는다"

셀트리온 전경/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 전경/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 (172,000원 ▼6,600 -3.70%)이 치매 패치 개발에 도전한다. 치매는 그동안 셀트리온이 다루지 않았던 영역이다. 패치라는 제형도 낯설다. 케미컬(화학합성의약품) 시장 후발주자인 셀트리온은 '유니크'한 아이템을 선택했다.



셀트리온은 국내 바이오 벤처 기업 아이큐어와 공동으로 치매 치료제 '도네페질(Donepezil) 패치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셀트리온은 2017년 6월 아이큐어가 개발해 임상 1상을 마친 도네패질 패치제 개량신약에 대한 국내 공동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한국, 대만, 호주, 말레이시아 등에서 도네패질 패치제 개량신약을 임상 3상 중이다.

셀트리온이 다른 업체와 손잡고 케미컬 의약품을 개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치매패치의 시장성이 높은데다가 이미 임상 1상이 진행된 상태인 만큼 상용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공동개발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셀트리온이 치매패치에 꽂힌 또 다른 이유는 케미컬 시장 전략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케미컬 의약품 후발주자다. '글로벌 케미컬 프로젝트'를 통해 폭넓은 케미컬 제품군에 도전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케미컬 시장은 복제약 중심인 만큼 기존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글로벌 케미컬 프로젝트를 통해 에이즈 개량신약, 치매 패치 등 보다 다양하고 유니크한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매 패치는 기존에 없는 독특한 치료제다. 한 번 붙이면 장기간 사용할 수 있어 기존 경구용 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할 의약품으로 꼽힌다. 그동안 많은 제약사들이 개발에 도전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셀트리온과 아이큐어가 개발 중인 도네페질 패치제 개량신약은 1주일에 두 번만 패치를 부착하면 되는 제품이다. 기존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먹는 약) 제형보다 복용편의성이 높다.


회사는 관련 특허를 미국, 유럽,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10여 개 국가에 출원했다. 2035년까지 기술 독점권을 보유한다. 아이큐어는 400억원을 투자해 전북 완주공장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급 생산기지도 확보한 상태다.

셀트리온은 올해 말 글로벌 임상 3상을 위한 환자 모집을 완료할 계획이다. 내년 말에는 도네페질 패치제 국내 허가를 목표로 노인성 뇌질환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UBIST)에 따르면 도네페질의 국내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1800억원으로, 최근 4년간 성장률은 13%대에 이른다. 오는 2021년에는 시장규모가 25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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