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사고, 팔고"…여행업계 '땅테크' 통할까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9.11.06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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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계 불황 그늘에 대형 여행사들 건물 사고 팔며 신사업 투자·유동성 확보 나서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티마크호텔 명동. /사진 제공=하나투어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티마크호텔 명동. /사진 제공=하나투어


때 아닌 보릿고개에 신음하는 아웃바운드 여행업계가 활로 모색에 분주하다. 여행환경 변화로 패키지여행이 점점 힘을 쓰지 못하면서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위기감에서다. 하나투어 (52,600원 ▼1,700 -3.13%)참좋은여행 (6,660원 ▼240 -3.48%)은 최근 부동산 거래를 통해 중·장기적 비전 마련에 나섰다.



하나투어, 인바운드 훈풍에 호텔사업 강화
하나투어는 지난 9월 임차 운영 해오던 서울 중구 '티마크호텔 명동' 건물을 882억원에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업황과 악화일로를 걷는 실적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대형 투자다. 하나투어는 여행 트렌드 변화와 '일본여행 보이콧' 영향으로 3분기 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실적쇼크로 움츠러들 만한 상황에서 지갑을 여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호텔사업을 애물단지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어서다. 하나투어가 자회사 마크호텔 등을 통해 운영하는 3개의 비즈니스급 호텔들은 3년여 간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가 급감하며 적자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방한 관광객이 늘어난 것. 이들을 비롯, 최근 급증세인 동남아 관광객의 여행무대가 명동이라는 점에서 호텔 수요도 오름세다. 실제 호텔부문은 여행과 면세가 적자를 낸 상황에서도 3분기 1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선방했다.

이에 따라 매년 40억원대에 달하는 리스료 부담을 줄이면서 체질개선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신통치 못한 패키지여행에 대한 해법으로 인바운드 강화를 꾀하는 것이다. 최근 저금리 기조로 이자 부담이 덜한 것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했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 900억에 가까운 금액을 몽땅 빌려야 하는데 재무부담이 상당하다. 업황이 바닥을 치고 있어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인 관광객도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어 인바운드 시장도 낙관하기 어렵다.


건물 팔아 '돈방석' 참좋은여행, 어디에 쓸까
반면 참좋은여행은 지난달 서울 서초구 '3000타워'를 830억원을 받고 블루콤에 매각하며 단숨에 돈방석에 앉았다. 자산총액(1521억원)의 50%가 넘는 현금을 쥐게 됐다. 건물 임대수익도 전체 수익에서 5% 가량에 불과한 만큼, 이 같은 실탄 확보는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실제 참좋은여행은 지속적으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패키지여행 인기 하락과 함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참좋은여행은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 33% 감소한 32억원, 3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5월 발생한 헝가리 다뉴브강 참사의 악재가 뼈아프다. 직판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노선에 강점을 보였다는 점에서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업계에 따르면 참좋은여행은 지난 1분기 기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의 46%를 차지, 하나투어(23%), 모두투어(26%)를 앞섰었다.

이에 따라 건물 매각 대금을 바탕으로 조만간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활용방안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여행사업 강화나 관련 인접산업에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산업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기존 패키지여행만으로 생존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지 오래"라며 "대형 여행사들도 신사업 투자나 유동성 확보 등 다방면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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