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공허한 타다 걱정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9.11.06 04:00
글자크기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당혹감을 느꼈다"(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신산업 창출 불씨가 줄어들까 우려스럽다"(홍남기 경제부총리),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검찰이 전통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타다는 공정위 관점에서 보면 분명 플러스다"(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최근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가 현행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된 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쏟아낸 말들이다. 타다 서비스가 시작된지 1년이 넘었고 모빌리티 혁신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갑자기 '타다 걱정', '타다 칭찬'이라니. 영 어색하다.

'네 탓' 공방도 점입가경이다. 검찰이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무리한 기소를 했다며 정부 관계자들이 비판하자, 검찰은 정부에 미리 알리고 의견까지 구했다고 맞섰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검찰로부터 보고 받은 게 없다'며 발 빼기에 바쁘다.



정부 부처간 책임 떠넘기기와 관료들의 공허한 걱정을 지켜보는 스타트업계는 속이 타들어간다. 지난 4일 국내 벤처·스타트업 관련 17개 협·단체가 만든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민간에서 싹튼 혁신과 창업의지가 정부 등 공공부문에 의해 정면으로 가로막히고, 신산업 글로벌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진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신산업 창업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 환경도 꼬집었다.

스타트업이 갖는 이같은 위기감은 엄살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반복된 학습 효과다. 지금의 모빌리티 산업을 둘러싼 갈등은 2013년 우버가 국내에 진출했을 때와 다르지 않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이미 6년전 새로운 모빌리티 기업과 전통 택시간 갈등이 시작됐지만 신산업에 대한 폭넓은 고민과 사회적 논의 없이 회사 고발과 사업 철수로 결론이 났다"며 "지금 상황이라면 또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더 큰 걱정은 모빌리티 분야 뿐 아니라 향후 숙박공유, 핀테크, 원격의료 등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신산업들에 미칠 여파다. 법원이 현행법을 기준으로 타다를 불법으로 판단한다면 기술 발전과 법 제도의 속도 차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는 다른 신산업이 위축되고 창업가들의 도전 의지가 꺾일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 관련 법안은 지난 7월 골격만 발표했을 뿐 세부 사안으로 들어가면 업계나 정부 의견차가 크다. 20대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모빌리티 신산업 판을 접어야할 수도 있다. 정부 책임자들의 공허한 말이 아닌 책임있는 행동과 추진력이 절실한 때다.
[우보세]공허한 타다 걱정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