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의회, 은행 찍어서 北송금 허용 검토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11.0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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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외교위, 인도적 대북사업 송금 위한 전담 은행 지정 방안 논의…'유엔 승인' 인도적 사업도 美제재 우려한 은행들 송금 거부로 추진 난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과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미국 의회가 특정 은행을 지정, 인도적 지원을 위한 대북송금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인도적 사업에 대해 유엔으로부터 대북제재 면제를 받아도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를 우려한 은행들이 대북송금을 꺼리면서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소식통에 따르면 미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이하 외교위)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한해 예외적으로 직·간접적인 대북송금을 허용하는 은행을 1개 이상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마이클 시퍼 상원 외교위 선임자문위원은 최근 대북 인도적 지원 관련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경기도와 우리민족돕기운동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인도적 지원의 조건을 갖춰 유엔의 승인을 받은 대북 사업까지 은행들의 송금 거부 탓에 추진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다.

신명섭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은 "군수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없는 인도적 지원 물품은 유엔의 승인을 받아 북한으로 보낼 수 있는데, 문제는 중국 등 제3국으로도 물품대금을 송금할 수가 없다는 점"이라며 "미 재무부의 대북거래 제재를 두려워 하는 은행들이 송금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대북제재강화법을 비롯한 16개 법령을 근거로 사실상 거의 모든 대북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애국법(Patriot Act) 311조에 따라 북한 등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국가의 기관, 기업 또는 개인의 계좌로 자금을 보낼 경우 미국외 국가의 은행이라도 세컨더리 보이콧 규정에 따라 미 재무부의 제재를 받는다.


이 경우 미국 은행에 대리계좌(correspondent account)를 개설할 수 없게 되고, 미국내 송금 등 금융거래도 원천 금지된다. 또 전세계 은행간 자금결제 등을 위한 국제 금융정보통신망인 스위프트(SWIFT)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상원 외교위가 인도적 목적의 대북송금을 위한 은행 지정의 근거를 담은 법률 개정안을 마련한 뒤 이 법안이 상·하원 모두에서 통과된다면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법이 개정될 경우 미 재무부가 인도적 지원에 한해 제재로부터 자유로운 대북송금 전담 은행을 지정하는 절차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금까진 상원 외교위에서 에드워드 마키 의원(메사추세츠)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만 인도적 대북 지원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지난 10월5일 스톡홀름 북미 실무회담이 결렬되고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뒤 여당인 공화당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인도적 지원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약 1년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려면 북한의 비핵화 진전 등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다는 점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북 강경론을 주도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해 최근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한 신 국장은 "직접 만나본 미 행정부와 의회, 유엔 관계자들 모두 대북 인도적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지지를 표했다"며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만을 강조하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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