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 '삼성·LG' 상대는 1위 中회사 아니었다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11.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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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 3분기 영업이익 40% 급증…자국 시장 66% 차지
中 보조금 이용, 고객 몰아줘…원재료 광산까지 확보

중국 베이징의 한 아파트 단지에 주차된 전기자동차들. /사진=AFP중국 베이징의 한 아파트 단지에 주차된 전기자동차들. /사진=AFP


#지난 2017년 메르세데스벤츠와 마이바흐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독일 자동차 회사 다임러그룹의 고위 관계자 3명이 중국의 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회사를 방문했다. 중국에서 판매할 전기차에 쓰일 배터리 관련 설명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들은 반응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배터리 회사가 준비한 설명회를 중간에 끊고는 "당신들의 설명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여기에 왔을 뿐, 어서 가격이나 말하라"고 짜증을 냈다. 아무리 부품 업체가 '을'이라고는 해도 너무 무례한 행동이었다. 





이날 다임러그룹 관계자의 반응은 이유가 있었다. 이들이 방문한 배터리 업체는 중국의 닝더스다이신에너지기술(寧德時代新能源科技·CATL),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회사였다. 다임러그룹이 CATL을 찾은 것은 배터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중국 정부의 압박 때문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CATL이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이 CATL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시나리오를 짰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업체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어서다. 중국에서는 지난해에만 2100만대의 전기차가 팔렸다. 세계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규모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수익률도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외국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CATL 등 자국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를 쓰도록 강제했다. 삼성SDI, LG화학 등 한국 배터리 업체와 일본 업체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더라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중국 푸젠성 닝더에 있는 CATL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블룸버그중국 푸젠성 닝더에 있는 CATL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블룸버그
외국 업체는 중국 공장서 생산해도 중국 시장서 못팔아
중국에 진출했던 외국계 배터리 회사는 결국 중국에서 생산한 물량을 유럽과 미국 등 다른 나라로 수출할 수밖에 없었다. 자동차 업체들도 다른 나라 제품보다 품질은 떨어지는데 가격은 비싼 중국산 배터리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중국 정부에 밉보이는 순간 시장에서 아예 퇴출당할 위험 때문이다. 한 외국계 배터리 회사의 전직 임원은 WSJ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한 상황"이었다"면서 "중국에 공장을 지었는데, 갑자기 고객사가 경쟁업체로 떠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고 회상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CATL은 성장을 거듭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전 분기보다 30% 가까이 증가한 126억위안(약 2조800억원)으로, 영업이익도 40% 급증한 14억위안(약 2310억원)에 달했다. 7~8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66%로 사실상 내수를 석권했다. 또 20억달러(약 2조3200억원)를 투자한 독일 공장이 2021년 문을 열 예정이며, 이미 BMW그룹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미국에 영업본부도 설치했다.

WSJ은 "CATL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벤치마킹해 급성장했지만, 화웨이와 달리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면서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재료인 코발트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광산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등 미국과 유럽 정책 당국자에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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