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2만원→거래정지…'기업사냥꾼'의 작전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2019.11.06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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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장비기업 리드 '무자본 M&A' 후 800억 횡령
좀비기업 전락시켜…고가매수주문으로 시세조종혐의도

주가 2만원→거래정지…'기업사냥꾼'의 작전


코스닥 우량주로 꼽혔던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리드 (38원 ▼51 -57.3%)가 '좀비기업'으로 전락했다. 한때 주당 2만원을 넘나들었던 주가는 700원대로 가라앉았고, 거래마저 정지됐다. 그 배경에 돈 한 푼 없이 출자금으로 리드를 인수해 800억원을 빼돌린 기업사냥꾼의 작전이 있었다.

5일 머니투데이가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리드 경영진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부정거래)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리드 부회장 박모씨 등 리드 경영진의 무자본 M&A(인수합병)와 이를 위한 횡령 수법이 그대로 드러난다.



박씨는 2016년 7월 출자금을 마련한 뒤 자신이 부사장으로 있던 윤활유제조업체 아스팩오일 명의로 110억원에 리드 주식 60만주(11.7%)를 사들였다. 리드는 2014년 코넥스 상장을 거쳐 2015년 11월 코스닥 이전 상장해 우량주로 꼽히던 업체였다.

이후 리드의 부회장이 된 박씨는 실질적으로 리드를 운영했지만 기존 경영진과 경영권 분쟁이 일었다. 그러자 박씨는 실제로는 여러 회사로부터 출자금을 모아놓고 마치 아스팩오일이 99% 이상 출자한 것처럼 꾸며 아스팩투자조합을 설립, 두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방어했다.



그러나 대주주로서 경영에 참가하게 된 박씨는 리드 부장 강모씨 등과 짜고 2017년 1월부터 6월까지 리드가 보관하고 있던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자금 등을 아스팩오일과 리드 자회사이자 페이퍼컴퍼니 A사 계좌로 빼돌렸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마치 아스팩오일과 A사에 신규사업 지출 등 명목으로 금전대여를 한 것처럼 계약서와 회의록을 작성했다. 실제로는 이렇게 빼돌린 돈 233억여원을 개인자금 및 리드 운영자금 등으로 유용했다고 검찰은 봤다.

또 박씨는 2018년 4월~6월 투자컨설팅업체 B사 대표 김모씨와 공모해 총 601억원의 리드 회삿돈을 빼돌려 아스팩오일 유상증자 대금 등을 갚는 데 썼다고 공소장에 기재돼 있다. 인수한 기업의 자금을 빼돌려 증자대금을 갚는 무자본 M&A 수법이다.


검찰은 박씨와 김씨가 리드 대표 구모씨와 함께 주가를 부양해 시세를 조작한 혐의도 파악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지인에게 부탁해 2018년 5~6월 3명의 타인 계좌를 이용해 고가매수 주문 415회(약 200만주), 물량소진 주문 105회(약 15만주)를 내는 등 매매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시세를 조작했다. 검찰은 범행 기간 리드 주가가 3185원에서 4125원으로 29.5% 오르면서 부당이익 34억원을 챙겼다고 봤다.

박씨 일당 범행 중 리드는 최대주주만 5번 이상 교체되는 등 경영불안을 겪었고 한때 주가가 2만원대까지 치솟았으나 최근 700원까지 급락했고, 결국 지난달에는 경영진이 기소되면서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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