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존슨 총리 보며 日아베가 걱정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11.04 15:35
글자크기

우회법안으로 의회 해산·총선 강행한 존슨…日야권은 "아베 의회 해산권도 축소하라" 공세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두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행보를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세계 지도자는 아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일 듯 하다. 존슨 총리가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을 강행한 것이 자신에게 득이 될수도, 실이 될 수도 있어서다.

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존슨 총리가 의회 해산 권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단 두줄짜리 단축법안(특례법안)으로 의회 해산 및 조기총선을 통과시키면서, 일본에서도 총리의 해산 권한 제약을 둘러싼 개헌 논의가 여러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2011년 제정된 고정임기 의회법(FTPA)에 따라 총리가 마음대로 의회를 해산할 수 없게 막아왔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의회를 해산하려면 하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데, 그간 존슨 총리는 세차례나 문턱을 전부 넘지 못했다.

하지만 반전은 지난달 28일 발생했다. 전날 또 의회 해산 및 조기총선안에 실패한 존슨 총리가 이튿날 '12월12일 조기총선을 실시한다'는 내용의 단 두줄짜리 단축법안을 상정해 FTPA를 우회한 것이다. 일반법안은 과반 찬성만으로도 통과가 가능해 결국 지난달 29일 영국 하원은 내달 12일 조기총선 개최를 골자로한 법안을 가결시켰다.



닛케이는 "불문법을 적용하는 영국에선 법률 이해상충이 발생하면 새로운 법의 규정을 우선시하는데, 존슨 총리가 스스로 원하는 시기에 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전례를 남겼다"면서 "일반 법안이라도 통과 절차가 있긴 하지만 FTPA의 법적 구속력을 약화시킨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에 총리가 의회 해산권을 가지고 있다고 명시해둔 일본의 정치권은 다양한 셈법에 돌입했다. 그동안 영국의 FTPA를 근거로 총리의 의회 해산 권한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온 야당은 다시 공세의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영국처럼 총리가 마음대로 의회 해산권을 사용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야당인 국민민주당은 국회에서 헌법조사회의 총회를 열고 총리의 중의원 해산 권한을 강력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도쿄신문은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간부를 인용해 "총리의 의회 해산 권한이 또 발동된다면 헌법 개정 논의에서 총리의 권한을 축소하는 의견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자위대의 헌법 명기 등을 골자로 하는 개헌을 위해 의회 해산 및 조기총선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달초엔 "12월 선거에선 늘 이겨왔다"고 주변인들에게 언급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재집권 이후 그동안 두차례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으로 정권 기반을 다져왔다.

야당내에선 11월18일쯤에 의회 해산, 12월15일에 중의원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일각에선 아베 총리가 내년 여름 도쿄올림픽 직후 의회 해산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닛케이는 반면 영국의 의회 해산권을 둘러싼 혼란이 오히려 아베 총리에겐 득이 될수도 있다고 전했다. 여당 내부에선 그동안 브렉시트 혼란으로 영국 정치권이 마비된 것은 결국 총리의 의회 해산 권한이 제한됐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팽배한데, 만약 이번 존슨 총리가 내놓은 비책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경우 역으로 야당의 의회 해산권 제약론을 공격할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