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보릿고개' 지나는 하나투어·모두투어, 고비 넘길까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9.11.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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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어·모두투어 일본시장 고꾸라지며 3분기 적자전환…4분기 예약률 감소폭 둔화는 '불행 중 다행'

'가을 보릿고개' 지나는 하나투어·모두투어, 고비 넘길까


국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의 양대산맥 하나투어 (64,200원 ▲1,200 +1.90%)모두투어 (15,850원 ▲90 +0.57%)가 시린 가을을 나고 있다. 'NO재팬'으로 해외여행심리가 얼어붙으며 실적이 곤두박질 치고 있어서다. 한껏 허리띠를 졸라매고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일본으로부터 불어오는 '여행 한파'에 맞서기가 여의치 않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실적이 나란히 부진하다. 하나투어는 3분기 연결기준 27억67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831억9400만원으로 12% 하락했고, 당기순손실도 57억5700만원을 기록, 적자로 돌아섰다. 모두투어 역시 21억9900만원으로 영업손실을 냈고, 매출액도 692억8900만원으로 28.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찌감치 예상된 결과였다. 최근 여행트렌드가 패키지(PKG)에서 개별여행(FIT)으로 바뀌며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3분기 시작과 동시에 촉발된 '일본여행 보이콧' 직격타를 맞았다. 하나투어는 7월 일본노선 수요가 36.2%로 줄더니 8월과 9월에는 각각 76.9%, 75.4%로 급감했다. 모두투어는 지난 9월 일본노선 수요가 90.8%까지 역성장했다. 사실상 신규예약이 '제로(0)'였던 셈이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현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졌을 때와 비견될 만큼 어려운 시기라는 반응이다. 일본시장이 내년 상반기는 돼야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최근 국민 해외여행 수요까지 시원치 않아서다. 여행사 모객은 해외여행 출국자 수·경제상황과 동조화하는데, 최근 한일갈등에 경기침체와 환율 악재까지 겹치며 전체 출국자 수가 감소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양 사는 탈출구 찾기에 분주하다. 다이어트부터 시작했다. 모두투어는 최근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영업과 마케팅 조직을 대거 통폐합했고,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6개월의 무급휴직과 40세 이상 무직책자 대상 희망퇴직 접수도 받았다. 비상경영체제 2단계를 선언한 하나투어도 인건비 등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 구조조정이라 봐도 무방하다.
'가을 보릿고개' 지나는 하나투어·모두투어, 고비 넘길까
사업적으로도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최근 882억원을 투입, 티마크호텔 명동 건물을 사들였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라 호텔을 통한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강화에 나선 것. 실제 티마크호텔 객실점유율이 80%대까지 오르는 등 비즈니스호텔 부문은 이번 분기 1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선방했다. 하지만 한일관계 악화로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도 둔화 조짐이 보인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모두투어는 다낭에서 가수 전영록의 디너쇼를 관람하는 상품 등 다양한 테마여행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에는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고 빠르게 환전 신청이 가능한 서비스를 내놓는 등 여행편의 제고에 나섰다. 패키지여행 주력층인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해외여행 수요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OTA(온라인여행사)를 중심으로 여행시장이 개별여행 구조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플랫폼 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다행인 것은 여행사업을 좌우하는 외부환경이 차츰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사업에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지만, 12~2월 겨울 성수기 시즌 패키지 예약률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하나투어의 경우 30%에 이르던 예약률 감소폭이 12월 14.2%, 1월 12.2%로 다소 둔화했다. 업계에선 중국, 동남아 노선 확대로 일본수요를 끌어들이면 손실을 메꿀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성준원, 강수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나투어에 대해 "일본 패키지는 더 이상 떨어질 부분이 없다"며 "한국과 일본의 갈등 완화 분위기가 이어지고 항공사들의 일본 노선 감편이 마무리돼 일본 예약 감소폭이 축소되면 내년 2분기 예약률부터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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