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아시아나 올라타고 '1등석' 앉을까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19.11.0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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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본입찰…재계서열, 항공업계 순위 단숨에 뒤바뀌어 '주목'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아시아나항공 (10,670원 ▲300 +2.89%) 인수전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사활을 건 애경그룹(지주사 AK홀딩스 (14,690원 0.00%))의 운명에 관심이 모인다. 1954년 회사 문을 열고 비누, 세제 등 생활용품으로 사세를 키운 애경그룹은 65년 만에 '1위 항공사'로의 변신을 꿈꾼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을 경우 재계 서열도 기존 50위권 밖에서 25위권 안으로 훌쩍 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4,175원 ▲15 +0.36%)과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을 오는 7일 진행한다. 입찰에 참여한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과 HDC현대산업개발 (16,010원 ▲210 +1.33%)-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의 '양강 구도'로 굳어진 분위기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 (11,010원 ▲490 +4.66%)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험을 내세워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나섰다.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면 '새우가 고래를 삼킨'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된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애경그룹 자산규모는 5조원대에서 13조원대로 크게 늘어난다.



항공업계 순위도 단숨에 뒤바뀐다. 만년 3위 신세를 벗어나 대한항공 (20,850원 ▲700 +3.47%)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다. 상반기 기준 국내선 탑승객 시장점유율은 대한항공 23%, 아시아나항공 19.5%, 제주항공 14.7% 순이다. 국제선의 경우 각각 22.1%, 15.1%, 9.2%다.

이뿐만 아니라 애경그룹의 주력 사업도 기존 화학, 생활용품에서 항공으로 완전히 옮겨간다. 현재 매출 비중은 화학부문이 가장 높다. 생활용품은 기업의 모태가 된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애경그룹은 이 밖에 화장품, 백화점, 부동산 사업도 벌이고 있다.

애경그룹은 2005년 LCC(Low Cost Carrier·저비용항공사) 사업 모델로 제주항공을 설립하며 항공업에 뛰어들었다. 이듬해부터 취항을 시작해 5년 만인 2011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엔 LCC 업계 처음으로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연간 수송객 수는 지난해 1000만명을 넘어섰다.


애경그룹은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중복 노선을 조정하는 등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시장점유율이 국내선 48%, 국제선 45%로 올라서 외항사와의 경쟁에도 밀리지 않는다고 봤다.

자금조달능력에 대한 우려는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손잡으며 해소했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은 1조원 이상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그룹은 파트너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항공업의 장기적 전망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제주항공을 국내 3위 항공사로 키워낸 경험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무형 자산"이라며 "LCC 사업으로 얻은 비용절감 노하우를 아시아나항공에 접목하면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2·3위 항공사간 인수합병을 통해 중복비용을 해소하는 등 장기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려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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