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템부롱 대교'로 브루나이 균형발전에 한몫

머니투데이 반다르스리브가완(브루나이)=송선옥 기자 2019.11.08 03:59
글자크기

[한국 건설, 세계를 짓다]2015년 템부롱 대교 발주 후 오는 26일 5여년간의 대장정 마무리

템부롱 대교 /사진제공=대림산업템부롱 대교 /사진제공=대림산업


브루나이에서 외교관들의 고급스러운 관저가 모여있는 멘티리 지역에 이르자 바다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사장교가 한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서해와 같은 브루나이만을 가로질러 무아라 지역과 템부롱 지역을 연결하는 템부롱 대교다.

대림산업 '템부롱 대교'로 브루나이 균형발전에 한몫
템부롱 대교는 총 길이 30㎞로 총 사업비가 2조원에 달하는 브루나이 역사상 가장 큰 교량사업이다. 템부롱 대교는 지난 2015년 총 4개 구간으로 나누어 발주됐는데 대림산업은 템부롱 대교의 핵심인 해상교량과 사장교 14.5㎞ 구간을 수주했다. 총 수주금액은 약 7500억원이다. 오는 11월26일 준공 예정으로 대부분의 작업을 완료하고 차선도색, 가로등과 표지판 설치 등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사장교를 지지하는 주탑은 A자 형태로 이슬람 사원을 연상시킨다. 맨 위에는 이슬람을 상징하는 크레센트(초승달)를 달았다.

안병욱 대림산업 템부롱 대교 현장소장은 약 5년간의 대장정이 마무리되는 데 대해 만감이 교차한 듯 “브루나이의 균형발전에 이바지 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템부롱 대교, 차로 4시간 거리를 단 20분에=브루나이 인구 95%가 거주하는 무아라 지역에서 정글이 있는 템부롱까지 가려면 보통 육로나 바닷길을 이용해야 했다. 교통체증이 심할 때는 3~4시간이 걸린다. 인접국인 인도네시아 땅을 지나 한참을 돌아와야 했다. 배를 이용하면 1~2시간은 기본이었다.

이로 인해 템부롱 지역 경제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템부롱 대교가 건설되면 이동시간이 20분으로 단축되고, 브루나이는 템부롱 대교로 균형발전을 꾀할 계획이다.

세계 특수교량 시장은 일본 중국 한국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다. 과거 유럽과 일본이 주도하던 시장에 기술자립화와 특수공법으로 무장한 한국과 자국 내 수많은 실적과 저렴한 공사비를 무기로 한 중국이 세계의 바다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업은 가격보다는 기술력, 대한민국 건설회사에 대한 브루나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중국업체와의 경쟁 끝에 수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입찰 당시 중국업체가 1~3위를 차지했고, 가장 높은 공사비를 써낸 대림산업은 4위였다.

하지만 대림산업은 그동안 브루나이에서 쌓은 신뢰와 발주처가 강조한 ‘공기단축’에 대해서 특수공법과 차별화된 설계라는 대안을 제시하며 최종 수주에 성공했다. 실제 템부롱 대교 건설구간 중 정글지역 도로 건설은 중국업체가 맡았는데 공기를 맞추지 못해 얼마 전부터 24시간 근무체제에 돌입했다.

템부롱 대교 론칭 갠트리 /사진제공=대림산업템부롱 대교 론칭 갠트리 /사진제공=대림산업
◇론칭 갠트리, 신공법으로 공기 단축=대림산업은 템부롱 대교의 공기를 맞추기 위해 꼼꼼한 계획과 관리에 중점을 뒀다. 대림산업은 특수 기중기를 사용하는 론칭 갠트리(launching gantry) 공법을 새롭게 고안했다.

교각 위에 상판을 들어 올리는 것이다. 기존 장비가 800t(톤)짜리 상판을 하나씩 올리는 수준이었다면, 이 장비는 최대 1700t까지 한꺼번에 2개씩 올리는 방법을 고안했다. 상판 2개를 한번에 들어 교각 위에 올리는 방법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혁신 그 자체였다.

대림산업은 이 같은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설계했다. 제작은 유럽 건설기계사가 맡았다. 기존 장비보다 4배 이상 능률이 높아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고 이는 공사금액의 절감으로 이어졌다.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해상교량 현장은 어느 곳이나 날씨 변화와 조류 등으로 까다롭기 마련인데 브루나이 건설시장 규모가 워낙 작다 보니 공사에 쓰이는 장비와 인력을 직접 조달해야 하는 것이 큰 숙제였다.

안 소장은 템부롱 현장에 대림뿐 아니라 국내 10여개 건설관련 중소업체가 함께 동반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업체는 해외에서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업체였다”며 “이들과 함께 동반 성장을 꾀했다는 점에서 템부롱 현장은 그 어느 곳보다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템부롱 대교 주탑 /사진=송선옥 기자템부롱 대교 주탑 /사진=송선옥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