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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50년 잔치는 없다"…'신경영' 되새기는 삼성전자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박소연 기자, 심재현 기자, 정인지 기자 2019.10.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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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50년, 미래 50년](종합)

편집자주 삼성전자가 다음달 1일,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반세기만에 대한민국을 뛰어넘어 글로벌 초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해봤다.


3900만원 매출이 244조로…50년만에 초일류 '우뚝'




[삼성전자 50년, 미래 50년]①조용한 50주년 생일 맞는 삼성전자…100년 기업 향한 미래투자 본격화



"지난 50년간 지속적으로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지난 6월 첫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기도 화성사업장으로 전자 사장단을 긴급하게 불러 이같이 주문했다. 오찬을 겸해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주말 회의는 사실상 삼성전자의 비상경영 돌입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막을 내리면서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첩첩산중이다. 실적은 반토막 났고, 반도체를 포함한 IT 업황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다 급기야 7월부터는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쳤다.



다음 달 1일 쉰 살 생일을 맞는 삼성전자가 요란한 기념식 대신 조촐한 생일상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50년 역사를 재조명하는 사사(社史·회사의 역사)를 발간하고 DS(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IM(IT&모바일)·CE(소비자가전) 등 사업부문별 대표가 임직원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등 간략하게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50,400원 900 +1.8%)가 지난 50년간 쌓아온 위상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수준이다. 1969년 설립된 이름도 생소한 동양의 한 작은 전자회사(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가 반도체, 스마트폰, TV, 냉장고 등을 앞세워 전 세계인의 집안과 손안, 생활을 지배하는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스마트폰은 8년(2011~2018) 연속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TV는 2006년에 1위에 올라선 이후 13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D램은 27년, 낸드플래시는 17년간 1위를 수성해 '반도체 코리아'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창립 당시 36명이던 임직원은 10만명을 넘었고, 매출은 3900만원에서 244조원(2018년 기준) 규모로 늘었다. 해외로 제품을 처음 내보냈던 1972년 2억5000만원에 불과하던 수출액이 153조원을 넘어섰다.

기업 브랜드 가치도 올해 처음으로 600억 달러를 넘어, 세계 6위에 올랐다. 아시아에선 일본 토요타(7위)를 제치고 최고 기업이 됐다. 올해 미국 경제지 포춘이 연간 매출액을 바탕으로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선 15위를 차지했다.

'100년 기업'을 향한 미래투자의 청사진도 속속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등 달성'을 필두로 5G(5세대 이동통신), AI(인공지능), 자율주행 등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정하고 200조원이 넘는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변화도 감지된다.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미래 투자 목록에 상생과 청년고용·소프트웨어 인력 양성·기초기술 연구·교육격차 해소 등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포함 시켰다.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을 멈추게 하지 않는 힘"이라는 이 부회장의 경영 철학이 녹아들었다.

전문가들은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삼성전자가 발빠른 혁신과 과감한 투자 등 기업가 정신을 살려 위기를 돌파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IT 분야에서 AI 등 기존 산업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대응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경쟁자에 비해 너무 느리다"며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가 경영권 방어 어려움, 경직된 노동시장, 높은 규제 장벽 및 세금 등 다른 글로벌 기업이 겪지 않는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절체절명의 시기에 신시장 개척·성장동력 발굴 등 기업 본연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영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박소연 기자



삼성엔 있고 애플엔 없는 것


[삼성전자 50년, 미래 50년]②삼성의 차별화된 경쟁력

성공한 기업에는 반드시 비결이 있다. 성공은 필연적으로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삼성전자 (50,400원 900 +1.8%)도 그렇다. 1990년대까지 그저 반도 땅덩이에서 잘 나가는 기업이었던 삼성전자가 20여 년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선 과정이 특히 그렇다.

◇ 하드웨어 1등 DNA…애플·구글은 따라오기 어려워 = 삼성전자는 무엇보다 하드웨어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기업이다. 소프트웨어 역량으로도 단숨에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하드웨어 역량은 짧은 기간에 갖추기 어려운 경쟁력이다. 대규모 투자와 오랜 시간에서 쌓인 노하우가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강점을 활용해 D램에서 낸드플래시로,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전환하면서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했다. 최근 20여년의 성장을 이끈 첫번째 비결이 여기 있다.

이런 역량이 부족했던 노키아는 불과 1~2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글로벌 1위 휴대폰 업체의 타이틀을 내준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워크맨과 TV로 세계 가전시장을 호령했던 소니가 10년 넘게 부침을 겪고 있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볼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 경쟁사로 꼽히는 애플, 구글이 가장 약한 부분도 하드웨어 역량이다. 애플은 외형상 하드웨어 업체지만 자체 생산시설이 없다. 생산을 대행하는 대만 폭스콘의 파업이 애플의 최대 리스크로 꼽히는 이유다. 애플이 시장의 다채로운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글은 2011년 90억달러를 투자해 모토로라를 인수, '모토X'를 출시하면서 대대적으로 하드웨어 진출을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유튜브와 검색엔진을 발판으로 여전히 소프트웨어 분야의 글로벌 강자로 군림하는 구글의 흑역사 가운데 하나다.

◇ 장막 뒤 소프트웨어 역량…AI 세계적 권위자 영입 = 올초 삼성전자와 애플이 삼성전자 스마트TV에 애플의 음악·영화·팟캐스트 유통채널 아이튠스를 탑재하기로 했을 때 블룸버그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거래가 발표됐다"고 썼다. '7년 전쟁이 무색한 적과의 동침'을 끌어낸 삼성전자의 무기는 연간 5억대 이상 판매되는 '하드웨어'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앞두고 새삼 삼성전자에 러브콜 공세를 벌이는 까닭이다. 인공지능 개막의 전제, 빅데이터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만한 기업이 없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역량이 뒤져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출신의 데이비드 은 삼성넥스트 최고혁신책임자(CIO·사장)는 2014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삼성이 지속적으로 거대한 배급 플랫폼을 위해 기반을 닦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못한다."

그 인터뷰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 등 5개 나라에서 7개의 AI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다니엘 리 코넬테크 교수를 영입한 데 이어 2020년까지 AI 선행 연구개발 인력을 10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 "삼성은 3개의 날개로 난다" = 전문가들이 삼성전자의 비약적 성공 비결로 꼽는 또 다른 경쟁력은 부품에서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다. 제조업체로는 경이적인 수익성이 반도체·디스플레이(부품)와 스마트폰·무선기기, TV·가전(완제품)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나온다. 실적 발표 때마다 삼성전자를 떠받치는 3개의 날개가 언급되는 배경이다.

2014년에는 스마트폰 사업, 지난해에는 반도체 사업 비중이 급격하게 늘면서 이른바 사업부간 '밸붕'(밸런스 붕괴)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특정 사업이 부진할 때 다른 부문에서 뒷받침하는 포트폴리오는 삼성전자의 성장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쟁력이다. 자회사 삼성메디슨과 하만까지 더하면 의료기기와 자동차 전장(전자장비)까지 확장, 다각화한 사업구조는 웨어러블과 스마트홈, 스마트시티로 대변되는 차세대 시장에서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제품 품질 문제가 불거지는 고비때마다 삼성전자가 시장 신뢰를 최우선으로하면서 정면돌파를 선택할 수 있는 근원도 포트폴리오 경쟁력 덕에 가능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창립 40주년을 앞둔 2009년 10월에 냉장고 품질 문제가 터지자 주저없이 리콜을 지시했다. 2017년 갤럭시노트7 배터리 사태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생산중단 조치로 조기 수습에 나서 오히려 삼성의 품질관리 정책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품질 논란은 어느 기업이고 피할 수 없는 리스크라는 점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그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며 "'안테나 게이트' 당시의 애플과 배터리 사태 당시 삼성전자의 대응이 달랐던 이유가 사업 포트폴리오 차이에 있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삼성전자를 만든 말말말




[삼성전자 50년 미래 50년]③1993년 이건희 '신경영' 선언 발판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1993년 6월 이건희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계열사 사장단 등 간부 200여명을 불러모아 이같이 말했다. 그는 캠핀스키 호텔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라며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훗날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알려진 이 회장의 발언은 당시 획기적인 것이었다. 국내 최고 기업으로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어온 삼성의 수장이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조직 현실을 냉혹하게 진단한 것이다.

1987년 2대 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1988년 3월 삼성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삼성의 체질을 굳건히 다져 세계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단 비전을 세우고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전개했다.

그러나 '국내 제일'이란 자만에 빠져있던 삼성에서 혁신은 쉽지 않았다. 이 회장은 "우리는 자만심에 눈이 가려져 위기를 진정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등허리에서 식은땀이 난다"고 했다. 실제 당시 삼성의 제품은 동남아 등 일부 시장에서만 성공을 거뒀을 뿐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시장에서 싸구려 취급을 받았다.

이 회장은 1993년 2월 미국 LA를 시작으로 도쿄와 프랑크푸르트로 이어진 해외시장 순방 투어와 회의를 떠난다. 미국 현지 유통 매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외면받는 삼성 TV를 목격하고 통탄했다. 또 출장 도중 당시 삼성 디자인 고문 후쿠다로부터 삼성의 문제점을 담은 보고서를 받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이 회장은 그해 6월 프랑크푸르트 회의에서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양과 질의 비중을 5대 5나 3대 7 정도로 가자는 것이 아니다. 아예 0대 10으로 가자는 것이다", "나는 20년이 넘도록 '불량은 암'이라고 말해왔다. 삼성은 자칫 잘못하면 암의 말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등의 언급이 이때 나왔다.

당시 200여명의 임원들은 프랑크푸르트에 한 달여간 머물렀다. 이후에도 회의와 교육이 스위스 로잔, 영국 런던, 일본 도쿄, 오사카 등에서 이어졌다. 약 6개월에 거쳐 1800여명을 대상으로 회의와 교육을 실시했다. 이 회장이 임직원들과 나눈 대화는 350시간에 달했고 이를 풀어 쓰면 A4용지 8500매에 달한다.

이후 불량이 발생하는 생산라인을 중단하는 '라인스톱제', 불량 무선전화 15만대를 불태운 '애니콜 화형식', 인사개혁 등이 실행됐다. 이 같은 '신경영' 혁신을 토대로 삼성전자 (50,400원 900 +1.8%)는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 회장의 위기경영은 계속됐다. 1996년 4월엔 "반도체가 조금 팔려서 이익이 나니까 자기가 서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그저 자만에 빠져 있다"고 경고했다. 신경영 10주년인 2003년엔 '천재 키우기'를 골자로 한 제2의 신경영을 선언했다.

이 회장은 2008년 7월 '삼성 특검' 문제로 법정에 섰을 땐 "삼성전자 같은 회사를 다시 만들려면 10년, 20년 갖고는 안 될 것"이라며 눈물을 내비쳤다.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해선 "지금이 진짜 위기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실적이 역대 최고를 구가할 때였다.

이 회장은 같은 해 5월 향후 10년간 바이오·태양광 등 신수종 사업에 23조원,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등에 26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14년부터 총수 역할을 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월 전자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주재한 회의에서 "지난 50년간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말했다.

이는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 133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비전 2030', 차세대 디스플레이 13조원 투자로 이어지며 삼성전자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

박소연 기자



삼성전자는 왜 10년 전 '약속'을 지키지 못했나


[삼성전자 50년, 미래 50년]④매출 4000억달러 등 '비전2020' 실현 불가능…삼성전자만의 가치 제시해야

10년 전 삼성전자 (50,400원 900 +1.8%)가 내걸었던 경영전략 목표인 '비전 2020'. 연매출 4000억달러(당시 기준 약 473조원), 브랜드 가치 세계 5위 진입. 이건희 회장이 2009년 11월1일 삼성전자 창립 40주년 기념사에서 밝힌 '약속'이었다.

'비전 2020'의 종료 시점이 가까워진 2019년 올해 삼성전자의 연매출 전망은 232조원, '비전 2020'의 해가 되는 내년 매출 전망은 253조원 수준이다. 사실상 4000억달러 목표 달성은 어려워졌다. 매출 목표 달성은 50% 수준에 머물지만 삼성전자는 글로벌 10대 기업 반열에 올라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비전 2020'을 발표할 당시, 무리한 목표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1999년 창립 30주년 때 '10년 후 매출 100조원, 글로벌 IT업계 3위 진입'을 내걸었고 달성했다. 100조원 목표를 세울 당시 매출이 25조원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3년 6월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즉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역시 지금의 눈으로 볼 때 선언적 의미보다 '실제로 다 바꿨고 그 성과가 오늘의 삼성'이라는 의미가 크다.

'비전 2020'을 달성하지 못한 이유를 세계 경제의 성장 정체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는 반도체 초격차, 13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폴더블 스마트폰에도 불구하고 혁신의 둔화를 곱씹어야 하는 게 우선이다. 아직 꽃피지 못한 소프트웨어 역량처럼 다져야 할 부분이 여전히 적잖다.

다만 이 지점에서 빠트릴 수 없는 부분은 기업 내부의 혁신 의지 못지 않은 외부 여건이다. 혁신의 둔화는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에서는 공유차량 서비스 우버가 금융업으로까지 보폭을 넓힐 정도로 일상화됐지만 국내 현실은 승합차 공유서비스 '타다'가 검찰에 기소될 정도로 열악하다. 혁신을 옭아매는 제도, 규제 압박은 기업 의지와 별개로 사회 전체가 돌아볼 부분이다. 반기업정서도 되짚어볼 시점이다.

앞으로 10년, 더 넘어 백년기업을 향한 비전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숫자보다는 삼성전자만의 가치를 제시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매출 몇조원 달성 같은 진부함을 앞세울 시기는 지났다는 얘기다.

나이키는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로 세계 스포츠산업을 움켜쥐었다. 일본 토요타의 오쿠다 히로시 회장은 2000년 도전정신이 옅어진 조직문화를 질타하면서 '타도 토요타'를 내걸었다.

이호근 연세대 경영학 교수는 "달리는 자전거가 멈추면 쓰러질 수밖에 없다"며 "혁신이든 상생이든 삼성만의 가치를 만들어내야 삼성도, 대한민국 경제도 산다"고 말했다.

심재현



다시 삼성, 다시 기업가 정신


[삼성전자 50년 미래 50년]⑤전문가 제언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 (50,400원 900 +1.8%)가 직면한 대내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밖으로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반도체 불황의 파고를 견디며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물리쳐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안으로는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이 경영 불확실성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삼성전자가 발빠른 혁신과 과감한 투자 등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위기를 돌파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직 내부적으로는 이재용 부회장 재판 문제가 가장 큰 위험요소이고 사업적으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삼성전자 정도 규모의 글로벌 기업들은 대규모 M&A(인수합병)을 하며 빠르게 새로운 사업영역에 진출하는데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 삼성전자는 너무 느리다"며 "최근 IT(정보기술) 분야에서 AI(인공지능) 등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면서 신산업이 속속 등장하는데 삼성이 빠르게 진출해 성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재근 한양대 교수 역시 빠른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삼성이 상대적으로 뒤처진 시스템반도체을 키우기 위해서는 해외 기업과의 과감한 M&A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필수적"이라며 "M&A를 통해 미래 유망 사업에 빠르게 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엔 새로운 시장이 급격히 생겨나는데 기존의 메모리반도체 기술로는 적용이 어려운 분야가 많아 외부 인재들을 적극 영입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또 "메모리반도체에서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기술개발과 R&D 투자만이 해법"이라며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에 170조원을 투자해 공격적으로 따라오는데 우린 스케일링다운(초미세공정) 한계를 극복해 시장 장악력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스템반도체는 인텔,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이 특화한 영역이 많아 삼성이 늦었다는 우려가 있지만 지금부터 제품이 급격히 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삼성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선도해 나갈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해외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의 철폐 등 제도적 개선도 절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는 국내 제도의 특성상 경영권 방어의 어려움, 경직된 노동시장, 규제, 높은 비용, 세금 등 다른 글로벌 기업이 겪지 않는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국내 투자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과도한 기대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삼성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신시장 개척 등 기업 본연의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환경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 부회장은 총수로서 초반에 삼성테크윈 등 방산과 화학부문을 매각하고 전자, 바이오 등에 집중하도록 사업을 개편하는 한편 하만 인수도 과감히 추진했다"며 "향후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더욱 의미있는 리더십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국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교수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을 육성해 동반성장하는 것은 중국과 차별화를 꾀하는 삼성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며 "향후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의 위험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소연 기자



"삼성을 막아라"… 글로벌 경쟁 치열한 시장들




인도 스마트폰시장, 샤오미에 밀려 2위

中에서는 가격 경쟁 탓에 점유율 낮아

반도체시장선 TSMC·소니 대규모 투자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한국전자산업대전' 삼성 전시관에 갤럭시 폴드가 전시돼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한국전자산업대전' 삼성 전시관에 갤럭시 폴드가 전시돼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50년 전 삼성전자공업(삼성전자 전신)이 생겼을때 글로벌 전자업계에서는 아무도 이를 주목하지 않았다. 삼성과 몇몇 분야에서 맞서던 국내 경쟁 대기업과 금성사(현 LG전자), 대한전선 정도가 '저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50년 뒤 삼성전자의 일거수 일투족은 모두 관심거리다.

특히 첨단 가전, 스마트폰, 피쳐폰, 반도체 등 삼성이 해당 분야 수위권을 기록하는 업종일수록 그렇다. 삼성전자가 멀찍이 따돌렸던 소니는 비교우위 분야에서 절대우위로 넘어가기 위해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갤럭시워치를 보유한 삼성전자는 애플워치의 애플과 함께 스마트워치(웨어러블) 분야에서 구글의 출사표와 마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 스마트폰과 D램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이지만, 고전하는 분야도 아직 많다. 중국, 인도 등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신흥국에서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고, 파운드리, 이미지센서 등 삼성전자가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분야에서는 삼성전자를 따돌리기 위해 1위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1, 2위 中·印에서 판매 부진…원가 절감 시급=중국과 인도는 인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세계 스마트폰 시장도 1위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비록 아직까지는 주로 중저가 모델이 팔리고 있어 이익률은 높지 않지만, 앞으로 이들 국가의 경제력이 성장하면서 고부가가치 스마트폰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중국에서 약 1% 남짓의 시장 점유율을 지속하고 있다. 화웨이, 비보, 오포, 샤오미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많아서다.

인도에서는 2011년부터 6년간 삼성전자가 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지만, 2017년 3분기에 샤오미에게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넘겨 준 뒤 2위에 머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인도 시장점유율 1위는 샤오미(26%)로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였다. 샤오미는 온라인을 통해 빠르고 싸게 제품을 공급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제조사개발생산(ODM)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ODM은 원청업체가 제품의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하청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은 지난 8월 뉴욕 갤럭시노트 기자 간담회에서 "130달러, 약 16만원 이하 모델을 삼성이 자체 생산하기는 어렵다"며 "우리 기준을 충족한다면 ODM을 일정 부분 하는 게 맞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연간 생산하는 스마트폰 3억대 가운데 20%인 6000만대를 중국에서 ODM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과 격차 내겠다"…파운드리이미지센서 1위 기업 추가 투자=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이미지센서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 TSMC와 일본 소니는 2위 삼성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추가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는 미세공정이 심화될수록 기술력이 요구되는데 7나노 이하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TSMC는 지난달 2나노 반도체 제조 공정까지 연구·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2024년 생산이 목표다. 3나노 초미세공정은 2023년 양산을 목표로 현재 시설 설비를 건축 중이다. 투자금액은 195억달러에 달한다. 주력 공정도 7나노에서 5나노 공정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가 5나노 공정 개발을 마치면서 추격해오자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또 중국이 '반도체굴기'를 내세우며 국가 주도로 2042억위안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한 것도 TSMC에 훈풍이 되고 있다. 중국 화웨이 계열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하이실리콘의 TSMC 초미세 공정 발주 물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공개된 삼성전자의 6400만화소급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브라이트 GW1·GM2'(삼성전자 제공)  지난 5월 공개된 삼성전자의 6400만화소급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브라이트 GW1·GM2'(삼성전자 제공)
소니는 1000억엔을 들여 12년 만에 반도체 신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소니는 지난해 기준 이미지센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50.1%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은 21.1%로 2위다. 소니는 신공장 건설로 2025년까지 시장점유율을 60%로 높여 삼성을 따돌린다는 계획이다. 소니의 이미지센서 생산능력(300미리웨이퍼 환산)는 월 10만장 정도인데 이를 2021년 3월까지 월 13만장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핏빗'을 인수해 웨어러블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은 애플이 37%로 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중국 BBK그룹 산하 아이무(10%)와 삼성전자(9%)가 뒤를 이었다. 핏빗은 8%로 4위를 차지했다.


또 애플은 내년에 AR(증강현실)을 구현하는 AR글래스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최근 수년간 신제품 사이클이 둔화됐지만 2020년은 5G 통신과 더불어 새로운 기기들이 등장하는 원년이 될 수 있다"며 "5G 네트워크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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