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열쇠' 마이크로바이옴…94조 바이오시장 열다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19.11.07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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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면역기능 조절·대사물질 관리...제약사·유전자분석업체까지 출사표

'질병의 열쇠' 마이크로바이옴…94조 바이오시장 열다


최근 장내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이 ‘질병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각종 연구를 통해 대부분 질환이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바이오벤처는 물론 전통 제약사들과 유전자 분석업체들까지 경쟁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검사로 질병위험 예방=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일컫는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기능을 조절하고 각종 대사물질을 생성한다. 연구를 통해 비만, 당뇨, 아토피는 물론 암, 자가면역질환, 우울증도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전자 분석업체 GC녹십자지놈은 최근 마이크로바이옴을 검사하는 ‘그린바이옴 Gut 검사서비스’를 선보였다. 최신 유전자 분석기법인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방법(NGS)을 활용, 장내 전체 미생물을 한 번에 검사해 질환 발생 위험도와 맞춤형 식이요법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유전자 분석업체 테라젠이텍스도 이달에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바이오벤처 천랩은 지난해부터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장내미생물 상태와 생활습관에 따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테라젠이텍스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한 질병 예측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관련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은 기존 유전자분석기술과 운영체계가 비슷해 유전자분석업체들이 관련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 제약사들도 마이크로바이옴 공략 잰걸음=업체들이 이처럼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에 나선 것은 연구를 통해 관련 시장의 잠재력이 드러나고 여러 사업모델이 생겨나서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전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시장규모는 올해 811억달러(약 94조원)에서 2023년 1087억달러(약 127조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관계자는 “질병과의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은 혁신적 치료기술로 떠올랐다”며 “마이크로바이옴 진단, 치료, 의약품 개발 등 다양한 영역으로 기술이 확장된다”고 말했다.

전통 제약사들도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일동제약은 2017년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연구소를 세우면서 일찌감치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연내 아토피 개선용 프로바이오틱스 건강기능식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종근당바이오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간질환 치료제와 신장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올해 GC녹십자, 동아제약, CJ제일제당 등은 각각 천랩, 지놈앤컴퍼니, 고바이오랩 등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바이오벤처와 손잡고 치료제를 공동개발키로 했다. 유한양행은 마이크로바이옴, AI(인공지능),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 분야에 집중투자할 계획이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바이오랩은 지난 9월 자가면역질환 치료 신약 후보물질 ‘KBLP-001’의 호주 임상1상시험을 승인받았다. 쎌바이오텍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대장암 치료제 임상시험을 위한 제4공장을 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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