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CEO “두번째 사고 전 조종사 경고 보고받았다”

머니투데이 남수현 인턴 2019.10.3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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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CEO, 청문회서 "에티오피아 사고 전 조종사 경고 보고받아"…美상원 "'막을 수 있었는데" 질타

데니스 뮐렌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가 2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사진=AFP데니스 뮐렌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가 2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사진=AFP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지난해와 올해 일으킨 두 번의 추락 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데니스 뮐렌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그가 737맥스 기종의 두 차례 추락사고와 관련한 항공기 결함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 받았다.



보잉의 737맥스는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와 올해 3월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 추락으로 탑승자 346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를 일으켰다. 현재 이 기종은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운항이 금지된 상태다.

이날 의원들의 질문은 지난 2016년 조종사들이 시스템 결함에 대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보잉이 왜 간과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 737맥스의 수석 기술 조종사는 시험 비행 후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이라 불리는 새로운 조종체계가 “통제 불능”이라는 메시지를 동료 조종사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은 이 메시지를 두 번째 참사가 있기 전인 올해 2월 미국 법무부에 제출했지만, 미 연방항공청(FAA)과 의회에는 최근까지 알리지 않았다.



뮐렌버그 또한 “두 번째 참사 전에 조종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조종사의 경고를 보고받았다”면서도 “당시에는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았으며,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답변에 의원들은 보잉이 ‘막을 수 있었던’ 참사를 방치한 것이란 질타를 쏟아냈다. 첫 번째 참사 이후 시스템 결함을 인지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에티오피아 참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메시지의 존재가 더 빨리 공유되지 않은 것은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고, 로저 위커 공화당 상원의원도 “두 참사 모두 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말했다.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조종 시스템 MCAS를 보잉이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비판도 잇달아 제기됐다. MCAS는 보잉의 737 초기 기종보다 엔진이 큰 737맥스가 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처음 장착된 시스템이지만 조종사들에게 이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리처드 블루멘탈 민주당 상원의원은 보잉이 1,600쪽에 달하는 조종사 매뉴얼에 MCAS가 딱 한번 언급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보잉이 고의적인 은폐에 관여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 앞서 취재진에게 사퇴설에 대한 질문을 받은 뮐렌버그는 "그것은 내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두 참사는 내 임기 중에 벌어졌고, 나는 이를 수습해야 할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뮐렌버그는 이날 청문회에 이어 30일에도 하원 청문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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