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으로 이 옷을 만들었다고?" 환경법 바꾸니 패션계 '들썩'

머니투데이 백승관 기자 2019.10.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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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9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기후 파업'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9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기후 파업'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불과 1년 전만 해도 평범한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툰베리는 전 세계인을 상대로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며 급기야 올해 노벨평화상의 후보로도 올랐습니다.



툰베리는 지난해 8월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스웨덴에 이상 고온이 찾아오자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 변화 대책을 마련하라는 1인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하루하루 이어진 소녀의 행동은 차츰 전 세계에 알려지며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미래 시대의 평화를 위협하는 화두는 ‘전쟁’이 아니라 '생태계의 파괴'가 될 것이라고 많은 학자들이 예측하고 있는데요.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이 가져올 미래의 모습은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재앙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지난 8월 32개 글로벌 패션 기업들이 프랑스에 모였습니다. 구찌와 생로랑, 보테가 베네타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케어링(Kering)그룹이 주최한 행사에서 이들 패션 기업은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중지하고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멈추는데 동의하는 새로운 규칙인 ‘G7 패션협약’을 채택했습니다.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요즘, ‘욕망의 산업’으로 일컬어지는 패션업계가 방출하는 쓰레기의 양이 1960년대에 비해 811%나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며 위기 의식을 느낀 패션 기업들이 착한 패션으로의 변화를 추구하고자 뜻을 모은 것입니다.

/사진=플라스틱병, 노스페이스 에코플리스로 다시 태어나다 유튜브 캡처/사진=플라스틱병, 노스페이스 에코플리스로 다시 태어나다 유튜브 캡처
◇ 패션업계에 불어온 친환경 바람


패션 업계에도 오래 전부터 환경 지킴에 앞장섰던 브랜드가 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966년 시작된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의 창립자 故 더글라스 톰킨스는 사재를 들여 제주도 4.5배 크기에 달하는 파타고니아 일대 숲을 사들여서 지켰습니다. 각종 자원과 비옥한 토질 때문에 많은 개발업체가 탐내고 있지만 그는 이 땅 위에 일체의 개발을 금했습니다. 생전에 톰킨스는 이 지역을 환경 보호 구역으로 보존한다는 조건이 받아들여진다면 그 무공해의 땅을 칠레 국민에게 기부할 계획이 있다는 사실도 밝힌 바 있습니다.

창립자의 정신을 본받아 노스페이스도 브랜드 설립 이후 줄곧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0일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명이 참여한 ‘기후 파업’의 첫 날, 노스페이스는 미 정부를 대상으로 한 기후 위기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에 함께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지구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청원을 시작했으며, 브랜드 자체적으로도 미국 내 전 매장은 해당일에 영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노스페이스를 전개하는 영원아웃도어도 윤리적 패션에 참여하며 최근 플라스틱병(페트병) 리사이클링 원단을 사용한 친환경 제품들을 대거 내놨는데요, 이렇게 출시한 옷들에 370만개의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했다 합니다.

​환경을 생각하자는 취지의 제품명을 가진 이 회사의 ‘씽크 그린’ 플리스 재킷의 경우, 1벌당 500ml 플라스틱병 50개가 재활용된 100% 리사이클 원단을 사용함으로써, 최근 ‘2019 소비자가 직접 뽑은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상품’에 선정되며 대표적인 친환경 패션 아이템으로 평가 받기도 했습니다.

다른 다양한 패션 브랜드도 윤리적 패션 열풍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컨버스도 최근 버려진 자원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7월 시작한 ‘리뉴 캔버스 프로젝트’ 일환으로 최근 ‘리뉴 데님 컬렉션’을 출시했는데요. 이 신발에는 못 입게 된 빈티지 청바지 원단을 자르고 가공해 만든 컨버스만의 특수천이 사용됐습니다.

H&M도 100% 지속 생산이 가능한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만든 ‘컨셔스 컬렉션(Conscious Collection)’을 공개했습니다. 이 컬렉션은 수트부터 드레스, 후디까지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되었으며, 컬러나 디자인 역시 트렌디한 요소를 적용했습니다.

프라다도 ‘리나일론’ 프로젝트를 통해 ‘에코닐’이라는 재생 나일론을 적용한 제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에코닐은 낚시 그물, 방직용 섬유 폐기물에서 수집한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얻은 소재로, 프라다는 2021년까지 기존의 나일론을 모두 에코닐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플라스틱병 50개가 재활용된 100% 리사이클 원단 '씽크 그린 플리스 재킷'를 착용한 신민아/사진=노스페이스플라스틱병 50개가 재활용된 100% 리사이클 원단 '씽크 그린 플리스 재킷'를 착용한 신민아/사진=노스페이스
◇ 전 세계적으로 환경 산업은 쑥쑥 성장 중

지난 2015년 전 세계 195개국이 서명한 환경 계약의 일종인 ‘파리기후협약’은 환경 보존 의무를 전 세계 국가들이 함께 부담하며,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미국의 이행 중단을 선언으로 변동이 생기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환경 산업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중으로 2020년에 그 규모는 1조 9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부응해 정부 차원에서 환경 산업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에 발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법률 제15845호)을 마련해 환경기술의 개발·지원 및 보급을 촉진하고 환경 산업을 육성하고 있는데요. 환경보전과 녹색성장 촉진, 지속 가능한 환경산업 발전을 정책의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지난 2016년 시행된 ‘폐기물관리법’을 통해 폐기물 재활용이 기존보다 쉬워진 것은 물론, 신기술 적용도 용이해져 상용화의 속도를 단축시켰습니다. 대표적으로 인체에 유해하거나 환경 유해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하고 이걸 준수할 경우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완화해 국내 재활용의 활성화와 재활용 산업 육성을 이끌었습니다.

​이러한 관련법의 기반이 있었기에 노스페이스의 친환경 공정인 ‘에코 테크’와 플라스틱병을 재활용 해 탄생한 '에코 플리스 컬렉션', 폐기물을 재활용한 프라다의 '에코닐' 등 패션 업계의 친환경 기술 발전이 가능했다는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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