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지난 25일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증거개시(Discovery)가 강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받기 어려운 한국 법원보다 미국 법원이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LG화학은 올해 초 ITC에서 안전성강화분리막 특허로 중국 ATL 및 OPPO모바일과 법정 다툼을 벌이다 '합의'했다. 이들 업체가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분리막 매출의 일정 비율을 기술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막판에 합의점을 찾았다. 이때 IP(특허)가 향후 LG화학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ITC 고민도 깊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조지아 배터리공장을 포함해 최대 5조원까지 미국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LG도 미시건 공장에 이어 배터리 2공장을 GM과 짓기로 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앞둬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쉽지 않다.
양사가 국내에서 화해하는 것은 사실상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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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경찰에 SK이노베이션을 형사 고소해 SK 본사와 연구소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이에 맞서 SK는 분리막과 관련, 더 이상 쟁송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양사간 합의문을 공개하고 LG가 약속을 어겼다고 반격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중재로 양사 CEO(최고경영자) 회동이 한차례 있었지만, 양사 모두 "앞으로 다시 만날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역시 어렵게 주선한 CEO 회동이 결렬되자 중재에 다시 나서는데 주저하고 있다. 이에 따라 ITC 소송 결과를 지켜보며 국내에서는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장기간 펼쳐질 전망이다.
이 경우 천문학적인 소송비가 투입되는 등 양사 모두에게 소모적일 가능성이 높다. 합리적인 선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에 양사 경영진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