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트라우마에…" 배상판결 1년, 日언론이 본 한일관계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9.10.3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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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언론, 판결 1년 맞아 잇따라 기사
"한국정부 태도 변화 기다리는 상황…
화해치유재단 해산, 일본엔 트라우마"
압류자산 매각시 더 어려워질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AFP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AFP


한일 관계 악화의 시작점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보는 일본에서 언론들이 관련 기사를 일제히 냈다. 30일은 판결이 나온 지 딱 1년 되는 날이다. 기사들 전반적으로 양국 관계가 다음 단계로 가기 전 멈춰서 지켜보는 상황이라는 분위기가 읽힌다.

지지통신은 30일 이날의 주요일정으로 '강제징용 배상판결 1년'을 꼽았다. 관련 기사에서는 일본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에 당분간 응할 생각이 없고, 청구권협정을 지키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적었다. "정상끼리 아무 진전이 없으면 한일관계는 정말 끝난다"는 외무성 내 신중론도 전했지만, 한국의 태도 변화를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NHK 역시 이날 기사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근 지지율 어려움을 겪는 문재인정부가 강수를 둘 수 없을 것"이라는 일본정부 내 시각을 전하며 한국 측의 해법 제시를 주시한다고 보도했다.

아베정부와 가까운 우익매체 산케이신문은 지난 27일 사설에서 "한국이 청구권협정 위반을 시정하기 전에 아베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문제의 원인이 전적으로 한국에 있다는 시각이다.



30일 '강제징용 판결 1년' 관련 일본 아사히신문 기사 페이지30일 '강제징용 판결 1년' 관련 일본 아사히신문 기사 페이지
중도·진보성향 언론들도 현 상황을 비슷하게 보고 있다. 다만 원인에 대한 분석은 조금 달랐다.

아베정부에 비판적인 아사히신문은 30일 한일 관계의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일본기업 자산매각 작업은 멈춰있지만, 양국이 타개책을 찾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한국이 배상판결 대안으로 '1+1 방안'(한·일 기업의 자발적 위자료 출연)과 '1+1+알파' 방안(한국 정부도 배상에 참여)을 제시했지만 일본이 거부했거나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관련 일본기업들은 정치적 문제가 된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판결 당사자인 미쓰비시중공업은 "정부와 연락을 취해 적절한 대응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정치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학 명예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근본적인 부분을 짚었다. 29일 기사에서 오코노기 교수는 "세계사에서 패전국이 승전국에 배상한 적은 있지만, 식민 지배에 배상한 적은 없다"면서 "한국은 일제강점기를 무력 침략 전쟁이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평가했다.


이어 그는 한일 관계가 당분간 풀릴 수 없다면서 "한일 위안부합의에 의해 세워진 화해치유재단이 문재인정부에 의해 해산된 것이 일본정부에는 트라우마"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더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30일 한국 대법원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각 1억원씩 배상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한달 뒤인 11월29일에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등이 최종 승소했다. 이후 지난 7월부터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를 단행하며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난 24일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1년 만의 만남이 성사됐지만, 양국의 본격 대화 분위기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다음달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이 한 장소에 서게 되지만,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정부가 11월에는 정상회담을 갖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12월에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내년 초에는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 해당 일본기업의 한국 내 압류자산의 현금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9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자산 매각시) 한일 관계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정부 내부에서는 "(현금화 실현시) 한일관계는 아웃"이라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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