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린다고 무조건 주가 오르나"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10.3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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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시장, 금리인하에 97% 베팅…"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 11월 APEC서 못 할 수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금리는 또 한번 인하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보지 않는다. 무역전쟁의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있는 만큼 이번 금리인하만으론 급격한 투자 회복을 불러올 수 없다." (마크 해펠레 UBS글로벌자산운용 최고운용책임자)



짧았던 '금리인하 사이클'이 끝나간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30일(현지시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마치며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재로선 0.25%포인트 인하가 유력시된다. 문제는 이번 인하가 마지막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까지 세 차례의 금리인하로 위축된 기업 투자를 되살릴 수 있을까. 시장은 냉담하다.

◇시장, 금리인하에 97% 베팅



29일 뉴욕증시에서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전날보다 2.53포인트(0.08%) 내린 3036.89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종가 기준, 장중 기준 사상최고치를 모두 갈아치운 S&P 500 지수는 이날도 장중 한때 3047.87까지 뛰며 장중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9.30포인트(0.07%) 하락한 2만7071.42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49.13포인트(0.59%) 떨어진 8276.85에 마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국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30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97.3%, 동결할 가능성을 2.7% 각각 반영하고 있다. 사실상 금리인하에 베팅한 셈이다.


한달 전엔 시장이 판단한 금리인하 확률이 불과 49.2%였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버팀목인 소비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금리인하 가능성이 크게 뛰었다. 9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월에 비해 0.3% 줄며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은 소비자신뢰의 악화도 거듭 확인됐다. 비영리조사기구인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10월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 index)는 125.9로 전월(126.3)에 비해 떨어졌다.

당초 시장이 예상한 128.3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9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으로 떨어졌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1.75~2.00%다. 앞서 연준은 지난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각각 25bp(1bp=0.01%포인트)씩 인하한 바 있다. 만약 이번에도 금리를 내린다면 3차례 연속 인하다.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금리인하를 이것으로 중단할지 여부에 쏠려 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이달말 추가 금리인하를 결정하고, 금리인하 사이클을 끝낼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이후 연준의 통화정책 성명서에 등장한 '경기확장 유지를 위해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문구가 이번에 삭제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FOMC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월 직접 언급했던 '중간사이클(midcycle) 조정'이 완료됐음을 밝힐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금리인하는 미국의 경기둔화에 대응한 것이 아니라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비한 '미세조정'이란 게 연준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킹스우드그룹의 루퍼트 톰슨 리서치본부장은 "주가가 현재 수준에서 한 단계 더 뛰어오르려면 경제 펀더멘털 쪽에서 강력한 호재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 11월 APEC서 못 할 수도"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이 당초 예상됐던 다음달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보도도 뉴욕증시 약세에 한몫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중간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서명이 11월 16∼17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통신에 따르면 미국 관리는 "만약 이때 서명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는 단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아마도 11월 칠레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에 최종 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를 1단계 협정이라고 부를 것이지만, 이는 (전체 무역합의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미중 고위급 협상단은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 협상에서 1단계 합의, 이른바 '스몰딜'(부분합의)에 도달했지만 합의문에 서명하지는 못했다. 1단계 합의에 따라 미국은 2500억달러(약 300조원) 규모의 중국산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인상하는 계획을 연기했다. 또 중국은 연간 400억~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했다.

미국은 미중 무역협상이 잘 진행될 경우 12월로 예정된 대중국 추가관세를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초 미국은 12월15일부터 1600억달러(약 190조원)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었다.

오안다의 크레이그 얼램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최근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우린 이런 말을 어느 정도 걸러서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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