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비행기 충격에도 안전" 신고리 5·6호기 현장을 가다

머니투데이 울산=권혜민 기자 2019.10.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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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수출한 APR1400 노형, 후쿠시마 후속조치 반영해 안전성 높여…2023~2024년 준공 예정

울산 울주군 서생면 새울원자력본부의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울산 울주군 서생면 새울원자력본부의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지난 29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를 찾았다. 고리원자력본부와는 작은 하천 하나를 경계로 불과 5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본부 입구에서 신분 확인과 지문 등록 등 깐깐한 출입 절차를 마치고 버스를 갈아탔다. 언덕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는 버스 창문 너머로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이라는 팻말을 볼 수 있었다.

전망대에 도착하자 신고리 3·4호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돔 형태의 회색빛 콘크리트 원자로 건물에는 푸른색, 흰색 페인트로 칠해진 갈매기 그림이 있었다.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3호기에는 3마리, 4호기에는 4마리를 그려놨다. 멀리 시야를 더 넓히자 고리본부에 위치한 신고리 1·2호기의 모습도 포착됐다.



전망대 왼쪽 언덕 아래로는 뼈대를 드러내고 있는 두개의 거대한 건물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붉은 색 뼈대를 밖으로 노출한 건물 주위로 크기도 모양도 가지각색인 크레인이 복잡하게 설치돼 있었다. 각종 공사 자재를 실은 트럭이 쉴새없이 현장을 오가고 근로자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서서히 원전 형태를 갖춰나가고 있는 국내 마지막 원전 신고리 5·6호기의 모습이다.

신고리5·6호기는 2016년 6월 착공됐다. 2017년 7월부터 약 3개월간 건설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공론화 기간 공사가 잠시 일시정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건설재개로 결론이 나면서 현재는 정상적으로 지어지고 있다. 9월말 기준 종합공정률은 49.9%다. 5호기는 2023년 3월, 6호기는 2024년 6월 각각 준공될 예정이다.



한수원은 신고리5·6호기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원전'이라고 자부한다. 우선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원전과 같은 한국신형원전 'APR1400' 노형을 채택했다. APR1400은 미국 외 국가에서 개발한 원전으로는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최종 설계인증서를 받은 모델이다. 여기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후속조치를 설계단계부터 반영했고, 각종 최신 기술을 적용했다. 극히 적은 가능성까지 고려해 대비 태세를 갖췄기 때문에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일이 없다는 설명이다.

새울본부 관계자는 "신고리 5·6호기는 규모 7.4 지진에도 정상 운전이 가능하도록 내진 성능을 갖췄다"며 "비행기나 미사일이 부딪히는 충격에도 문제가 없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새울원자력본부의 신고리 3·4호기 전경. 오른쪽이 3호기, 왼쪽이 4호기다./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울산 울주군 서생면 새울원자력본부의 신고리 3·4호기 전경. 오른쪽이 3호기, 왼쪽이 4호기다./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건설현장을 떠나 실제 가동이 이뤄지고 있는 신고리 4호기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 APR1400 노형으로, 지난 2월8일 연료장전 이후 한 건의 고장정지 없이 시운전 시험을 마친 뒤 8월29일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신고리 4호기는 관람객들을 위한 별도의 통로를 마련해 뒀다. 이를 따라 유리창 너머로 주제어실(MCR), 터빈룸,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시설을 관람할 수 있었다.


주제어실에선 6명의 운전원들이 디지털 형식의 제어판을 앞에 두고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원자로 차장', '터빈 차장', '발전 팀장' 등 각자의 직책이 등에 적힌 조끼를 입고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구형 원전에서 아날로그 제어판을 사용할 때보다 자동화된 작업이 늘어 운전원 업무 부담을 줄이고 실수도 사전 차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로 걸음을 옮겼다. 유리창 아래로 짙은색 물이 가득찬 거대한 수조가 보였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사용후핵연료의 열을 냉각하고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붕산수에 저장하는 곳이다. 아직까지 수면 아래는 텅 비어 있었다. 내년 11월쯤 신고리 4호기 연료교체가 진행되면 쓰고난 연료를 최초 보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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