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매각설·채용취소' 한숨짓는 항공업계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19.10.2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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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항공사에 관심이 있는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최근 만난 한 저비용항공사(LCC) 임원은 이렇게 푸념했다. "항공업계 미래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불편한 속내를 털어놨다.

항공사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대형항공사(FSC)와 LCC 구분할 것 없이 위기다. 해외여행객은 늘지만 고객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세계 경기 부진에 화물 실적도 부진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가, 원·달러 환율 등 대외변수 역시 비우호적이다.



일본 여행객 감소는 항공사에 직격탄이 됐다. 항공사들은 앞다퉈 '돈 되는' 일본 노선을 없앴다. 대신 중국, 대만, 베트남 등으로 기수를 틀었다. 비행기를 비워 둘 수만은 없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항공사들이 같은 노선에 비행기를 띄우니 '항공권 가격'은 떨어졌다.

이렇다 보니 항공업계가 생존에 나섰다. 대형항공사는 수익성이 떨어진 국내선 화물 운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희망퇴직, 단기 희망 휴직에도 나섰다. 저비용항공사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공식 부인하긴 했지만 이스타항공은 매각설까지 터졌다. 한진 (20,900원 ▼150 -0.71%)그룹 계열사인 에어코리아는 여객 운송직 신입 충원계획을 취소했다.



이 같은 위기는 외부 환경 악화가 배경이지만 항공업계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항공사들은 매년 항공기를 늘려 왔다. 지난 8월 6개 저비용항공사의 국제선 월 공급좌석은 사상 처음 300만석을 넘었다. 반면 평균 탑승률은 78.5%로 지난해보다 8.8%포인트 줄었다. 탑승률이 떨어져 적자만 쌓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국토부는 항공사를 더 늘렸다. 플라이강원이 다음 달 새로 취항하고 나머지 2개 항공사는 내년에 비행기를 띄운다.

위기에 빠진 저비용항공 업계는 제주공항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확대,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 등의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무작정 지원을 해달라는 건 아니다.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항공산업 육성 차원에서도 정부와 항공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기자수첩]'매각설·채용취소' 한숨짓는 항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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